“해외서 신용카드 긁을 땐 현지 통화로 결제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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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나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긁는 내국인이 요즘 한해에 약 800만명에 달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분기에 해외에서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를 포함에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국인은 모두 185만명이다. 1인당 사용금액은 평균 594달러다. 이는 원화 약세에다 경기위축으로 해외여행이 크게 줄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4분기에는 239만명이 한사람당 765달러를 사용했다.

경기가 풀리면 신용카드의 해외 사용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는 근래 해마다 여름 휴가철이면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왔다.

그런데 올해 발표 내용 중에는 지난해에 없던 항목 하나가 눈에 띈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쓸 때는 현지통화 기준으로 결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해외에서 원화로 결제하면서 결제대금이 예상보다 늘어났다고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점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결제대금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늘어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해외에서 카드결제 영수증에 현지통화가 아닌 원화로 환산한 결제 금액을 표시해주는 서비스는 잘 따져봐야 한다. Dynamic Currency Conversion이라는 이 서비스는 결제 금액을 원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객에게 별도의 추가 수수료가 부과되고 아울러 카드대금 결제시에는 영수증 금액과 달리 매입 환율로 환산한 금액이 청구되므로 환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 여신금융협회의 백승범 팀장은 “특히 동남아 등지에서는 이 서비스를 권유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이용하면 3% 정도의 수수료가 추가될 수 있으므로 이점을 감안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결제한 신용카드 대금은 환율 변동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 결제금액은 사용 당일의 환율이 아니라 국외에서 카드를 사용한 거래 내역이 국제 카드사로부터 국내 카드사에 접수되는 날의 환율을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기간은 보통 3~7일 걸린다. 이밖에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더있다.

먼저 기본적인 일이지만 출국 전에 자신의 카드가 해외에서 사용 할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비자·마스타·JCB·아멕스 등 국제 브랜드사와 업무 제휴가 된 카드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지역에 갈 때는 꼭 IC칩 카드를 가지고 가야 한다. 유럽의 경우 가맹점 결제 시스템이 칩카드 위주로 되어 있어 IC칩 카드가 아니면 결제가 안 되는 곳이 많다. 따라서 오래전에 발급된 마그네틱 스트라이프 카드를 갖고 있다면 IC칩 카드로 교체발급 받을 필요가 있다. 신한카드의 이재영과장은”요즘 나오는 신용카드는 대부분 마그네틱 스트라이프와 IC칩이 동시에 내장되어있는 편이다. 그러나 종전에 발급받아 전면 왼쪽에 IC칩이 없는 경우라면 칩 카드로 교환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여권과 카드상의 영문 이름이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여권상의 영문 이름과 신용카드상의 이름이 다를 경우 카드 결제를 거부당할 수 있으므로 이름이 다를 경우 여권이름에 맞춰 신용카드를 교체 발급 받으면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출국 전에 해야할 일은 또 있다. 카드의 유효기간과 결제일을 확인하는 일이다. 해외 체류 중에는 유효기간이 지나도 분실·도난의 위험 때문에 새로 발급된 카드 발송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체류기간 동안 유효기간이 만료될 것으로 예상되면 출국 전에 카드사에 연락해 갱신 발급을 요청 할 필요가 있다. 또 해외 체류 중에 카드 대금이 연체되면 현금서비스 등의 카드 사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체류기간에 결제일이 돌아오는 경우는 출국 전 미리 결제대금을 확인해야 한다.

해외에서 카드를 분실 도난 당하는 경우에 대비해 출입국 정보 활용 서비스와 SMS 서비스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카드 회원이 카드사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출입국정보 활용에 동의하면 국내에 입국한 후 해외에서 발생하는 신용카드의 부정 사용을 방지할 수 있다.

제정갑 객원기자 jk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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