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비난 포문 "노 대통령 과거 집착 진부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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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0일 과거사 전반에 대한 규명 필요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은 펄쩍 뛰었다. 의문사위의 활동을 이해하는 취지로 말한 것은 물론 이번 주 중 벌써 세번째 "유신(維新)이냐, 미래냐"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듯 발언한 것도 자극 요소였다.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는 "미래로 가지 못하고 과거의 문제에만 매달리는 파행적인 모습"이라며 "자신이 진보라는데, 진부주의를 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일제시대로, 동학시대로 돌아가자는 발언이 여당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고 쏘았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의문사위 부분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국민과 야당은 의문사위가 벌인 일련의 국기문란 행위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뤄진 게 아닌가 강한 의구심을 가져왔는데 노 대통령이 의혹 해소는커녕 더욱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기 의문사위를 국회 소관으로 바꾸려는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움직임에 대해 "잘못을 희석시키려는 잔꾀"라고 봤다. 한나라당은 한발 더 나아가 3기 의문사위를 구성할지 자체를 재검토키로 했다.

노 대통령의 유신 관련 발언에 대해선 김 대표가 "유신에 오로지 관심을 가진 사람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이라며 "대통령이 혼자 허망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민원인의 말이라며 "박근혜 대표가 유신세력이면 노통은 친북세력이냐"고까지 말했다.

노 대통령이 전날 호남에서 민주당과 협력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당사자인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발끈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통령이 만든 여당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반드시 없어졌다"며 "없어질 당하고 왜 합당하느냐"고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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