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 자동차극장 개장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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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주민 의견 한마디 안 듣고 자동차 전용극장을 열어도 되는 겁니까. "

14일 오후7시 지하철7호선 도봉산역 환승주차장.

주차장 인근 도봉1동 안골마을 주민 1백50여명이 성난 표정으로 임익근 (林翼根) 도봉구청장을 둘러싼 채 주차장 위에 설치한 자동차전용극장 개장에 항의하고 있었다.

2시간 가량 계속된 항의로 오후8시 예정됐던 영화 시연회는 결국 무산됐다.

주민 홍우영 (洪雨英.34) 씨는 "평소에도 주차장에서 청소년들이 본드를 흡입하는 등 문제가 있어 골치를 썩였는데 자동차 극장까지 생기면 우범지대화 될 게 뻔하다" 며 구청의 일방적인 행정에 분노를 터뜨렸다.

이 주차장은 서울시가 지난2월 경기북부권 주민들의 서울진입때 지하철 환승을 유도하기 위해 1백90여억원을 들여 개장한 곳.

그러나 5백대 규모의 주차장에 1일 이용차량이 1백여대밖에 되지 않는 등 실적이 저조하자 도봉구가 이 공간을 활용한다며 2억원을 들여 야외극장을 만든 것. 하지만 구가 주차장과 불과 5m이내에 근접한 안골마을 주민들에게 극장조성 사실을 알리지 않아 주민들의 분노를 자초했다.

주민들은 오후8시부터 자정까지 영화가 상영될 경우 마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로 22, 세로 9m 크기의 대형스크린에서 반사되는 불빛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자동차전용극장 이용객이 주로 데이트족이 많아 청소년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날 극장개장 저지에 나섰던 주민들은 주차장이 생겨 지난달 홍수때 안골마을 1백84가구중 62가구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

주차장 부지는 원래 논이어서 도봉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저장하는 일종의 저류소 (貯留所) 기능을 했으나 주차장 바닥을 인근지대보다 3m정도 높이는 바람에 안골마을로 물이 흘러들어 잠기게 됐다는 것.

주민 김병학 (金秉學.69) 씨는 "주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차장을 만든 것도 원망스러운데 자동차 전용극장까지 만들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것은 인근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 라고 비난했다.

한편 도봉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끝까지 반대하면 개장을 취소할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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