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이상과 현실] ‘檢-政’고시 패스해야 출세? 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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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사법고시 통과하는 순간 성장 멈추는 엘리트”

젊은 평검사들에게는 무엇이 가장 스트레스일까? 이들에게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박봉’이라는 단어였다. “요즘 초임검사들이 수당이며 이것저것 다 합쳐 400만 원 정도 받는다. 내가 일해보니 10년쯤 되고 나면 다른 친구들과 연봉 격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들 교육비가 본격적으로 들어갈 때쯤에는 정말 교육비 때문에라도 검사직에서 손 털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부정으로 축재라도 하지 않는 이상 ‘검사가 돈이 많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는 것이 강 모 변호사의 말이다. 잦은 전근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금태섭 변호사의 말이다.

“지금은 대부분 관저를 지어놔서 그나마 낫지만 처음 검사생활을 시작할 때는 고생 많이 했죠. 발령 3일 전에 전근 결정이 내려지면 아내는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타지에서 집을 구하러 다녀야 했거든요. 아이를 낳고 나서도 7년 동안 무려 일곱 번을 이사했으니 애도 힘들었을 테고요.”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 그 권력기관 안에서 살아가는 검사들은 나름의 고충과 애환을 안고 있다. “고집스럽게 이 안에서 버티는 것이 나을지, 밖에서 일하며 진정한 자존심을 찾는 것이 나을지 고민 중”이라던 한 현직 검사의 마지막 말이 검사들의 고민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고민과 꿈은 다르겠지만, 검찰 조직의 한계를 인정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모두 동의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검찰 내부의 인사적체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전에는 부장검사나 지청장까지는 무리 없이 승진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달라질 것입니다. 자리는 그대로인데 올라오는 검사는 그동안 많이 늘었잖아요? 변호사가 늘어나 예전처럼 쉽게 개업할 생각도 못하고요. 요즘 각종 사회 이슈들이 검찰의 손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그만큼 많은 수고와 고생을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검찰이 모두 도맡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작은 분쟁까지 검사들이 불러다 앉혀놓고 야단치고 화해시키고 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막상 필요해서 참고인을 부르거나 하면 옛날과 달리 사람들이 비협조적이거든요. 검찰의 권한 자체를 좀 정리하고 필요한 부분은 플리바게닝 제도나 참고인 강제제도 등으로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엘리트 검사’의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었다.

“사법고시 3차 합격자 명단이 나붙는 순간, 그 명단에 들어간 사람들은 제도권에 편입되는 동시에 성장을 멈추게 됩니다. 더구나 요즘은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엘리트가 늘어났으니 말할 것도 없겠죠. 시험에서 떨어져 보기도 하고, 가난도 경험해 보는 등 어려움을 겪어 봐야 하는데, 시련을 겪어 보지 않은, 자존심만 센 엘리트가 검찰에 가득 차게 되는 것입니다.”

20년 넘게 현직에 있는 한 검사의 충고다. 그는 사람 대 사람으로 접근하는 검사의 역할을 주문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백을 받는 것입니다. 심리전이죠. 사람에 대해 알지 못하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전문지식을 공부해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전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종합적 지식인)가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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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미소 월간중앙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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