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쌍용차 도장공장 근처에 진압 컨테이너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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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2일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이 화염병을 들고 있다. [평택=최승식 기자]

22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노조가 도장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수차례 전진과 후퇴를 거듭했다. 가깝게는 도장공장 30m 앞까지 다가갔다가 후퇴하길 반복했다. 경찰이 접근할 때마다 노조원들은 도장공장 옥상에서 볼트·너트를 쏘며 저항했다. 이 같은 장면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쌍용차 노조와 사흘째 대치하고 있는 경찰이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인화물질이 가득한 도장공장에 섣부르게 진입하기보다는 노조를 압박한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단순히 치고 빠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노조와 대치를 하면서도 노조 시야에서 벗어난 곳을 통해 서서히 도장공장 주변을 확보하고 있다. 노조를 도장공장에 고립시킨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경찰은 21일 프레스공장 등 3곳을 확보한 데 이어 이날은 3개 중대를 프레스공장 옆 부자재 창고까지 전진 배치했다. 이곳은 도장공장에서 서쪽으로 300m 떨어져 있으며 노조원 일부가 점거하고 있었다.

사측에서도 가스와 물 공급을 끊어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식수는 비축하고 있지만, 화장실 이용 등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측은 전기는 계속 공급하고 있다. 쌍용차 홍보팀 곽용섭 차장은 “노조원들의 반발이 커져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단전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과 사측의 압박에도 노조가 저항을 이어간다면 해산작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압박을 통해 스스로 나오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당분간은 위험물이 많은 도장공장에 진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확히 진입할지 안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실제로 이날 오전에는 경찰 특공대의 컨테이너가 등장했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는 진압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도장공장에서 100m 떨어진 동문 주차장에 놓인 컨테이너는 가로 7m, 세로 3m, 높이 3m가량 크기로 두께 5㎝ 정도의 강철판으로 제작됐다. 사방에는 새총으로 쏘아대는 볼트 등을 막을 수 있도록 강철 그물망으로 된 창문이 설치돼 있고 앞뒤에는 특공대 투입을 위한 출구가 한 면에 2개씩 나 있다. 경찰은 지난 1월 용산 철거민 참사 때 특공대를 투입하면서 동일한 형태의 진압용 컨테이너를 건물 옥상 망루에 접근시켜 철거민 강제 진압 작전을 편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컨테이너는 특공대의 도장공장 옥상 진입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일단 대기하고 있는 상태일 뿐 당장 작전을 펼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과 사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노조원 2명이 이탈했다. 이들은 각각 오전 0시30분, 6시20분쯤 다른 노조원들의 감시를 피해 밖으로 나왔다. 경찰은 이들을 평택경찰서로 데려가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귀가시켰다.

오후가 되면서 경찰과 노조 간의 한 차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 경찰 8명, 노조원 5명 등 모두 1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평택=이현택 기자, 김승영 인턴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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