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로켓 동시실험 했을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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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미사일과 로켓실험을 동시에 감행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과학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시나리오가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의 한 로켓개발 책임자는 9일 "북한이 아주 고도의 기술적 판단하에 '실패하면 미사일, 성공하면 위성발사' 식의 꿩 먹고 알 먹는 식 발사를 한 것 같다" 고 밝혔다.

우선 발사궤도. 동해를 제외하곤 러시아.중국.한국으로 둘러싸인 북한의 로켓발사는 동해와 태평양상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1단.2단 로켓이 타국의 영토나 영해에 떨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위 40도가 넘는 함북 무수단리는 위성을 정상궤도에 넣기는 어려운 발사 장소. 하지만 북한은 3단 로켓부분 (킥 모터) 을 위성과 묶어 태평양상에서 정상궤도 진입을 꾀한 것으로 분석됐다.

킥 모터 기술은 고난도의 기술이어서 당초 일부 전문가들이 이를 간과해 미사일 발사로 여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공개한 위성의 그래픽 사진도 동시실험을 엿볼 수 있는 증거. 이 위성은 20㎏안팎의 초소형답지 않게 옆에 묵직한 쇳덩어리를 달고 있는 모습인데 이것이 미사일의 탄두부분 (무게 1t안팎 추정)에 해당된다는 것.

1t이라면 전체무게 25t의 대포동1호가 쏘아올릴 수 있는 한계중량이다.

위성이 궤도진입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이 3단부분이 정상적으로 떨어져나갔다면 최소한 미사일실험에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31일 발사 직후 쏟아진 서방측의 미사일 발사 비난에도 대응하지 않다가 나흘후 위성실험을 공식발표한 것도 애초부터 동시실험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3단부분 (킥 모터+위성) 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다면 서방측의 미사일 주장에 맞대응하기 어려운 입장. 그러나 3~4일 걸려 위성신호를 포착, 정상궤도는 아닐망정 우주궤도로 진입한 것으로 나타나자 로켓이라며 역공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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