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2009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주영씨는 재주가 많다. 따로 배운 적이 없는데도 아이들 옷을 뚝딱 만들어낸다. 일곱 살, 다섯 살 난 두 아이는 이씨가 직접 만든 책으로 한글을 뗐다. 손뜨개며 요리도 곧잘 한다. 하지만 이씨는 흡족하지 않다. 올 한해도 그렇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손에 쥔 것이 없어 허전하다. 이씨의 바람은 남은 5개월 여 동안 밋밋한 일상을 깨트릴 수 있는 ‘뚜렷한 목표’를 갖는 것이다. 지난 14일 이씨와 마주한 한국성 과향상센터 이경재 대표(시간관리 코칭전문가)는 “올해 안에 꼭 하고픈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물었다. 이씨는 하고픈 일로 영어공부를 꼽았다. 이씨는 지난해 1년간 주민자치센터에서 영어회화 강의를 들었다. 집 근처인데다 비용(1만5000원) 부담도 적었다. 모처럼 배우는 즐거움에 빠져 생활에 활력도 생겼다. 집에서 영어를 쓰는 일이 잦아지면서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올핸 요가 시간과 겹쳐 포기했다.어느 한쪽 강좌 시간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처럼 지내야 할 듯해 고민이다.

“방법은 없을까요?” 이 대표의 질문에 이씨는 대안을 술술 풀어냈다. 시간이 맞는 다른 교육기관을 찾아보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강료(10만원선 예상). 어린이집에 다니는 두 아이의 교육비가 쏠쏠히 들어가면서 본인에게 그만한 돈을 쓰기란 쉽지 않다는 것. 이 역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생활비 일부를 아끼면 된다. 또 소비가 아니라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라 여기면 머뭇거릴 것도 없다. 가계가 기울 정도의 부담도 아니잖은가.

“저렴한 강좌를 알아보는 방법도 있겠네요.다리품은 팔겠지만 다른 동의 주민센터 강좌에 등록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요.”

이씨는 해결책이 의외로 간단한 데 대해 옅은 웃음을 지었다. “실천에 옮기지 않은 게 문제였네요.”
이씨의 실천력을 돕기 위한 다음 단계는‘올해 안에 마무리지을 수 있는 일’ 찾기다. 이씨는 두 아이에게 두 벌씩 옷 만들어주기를 택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하면안 된다. 우선 한 벌 만드는 과정을 일정관리용 다이어리에 적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옷감 구입방법, 재단시간을 구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었다. 디자인을 고민하다 이번엔 아이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정해 일정에 올렸다.

이 대표는 “계획과 일정을 세부적으로 짜면 목표 달성이 한결 수월해진다”고 조언했다.

상담을 마친 이씨는 “당장 해낼 수 있는 계획에만 매달리다보니 성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곤 했다”며 “좀더 길게 바라보며 갈 수 있는 목표를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 사진 = 김진원 기자jwbest7@joongang.co.kr >

<사진 설명="코칭을" 맡은 이경재 대표와 함께 이주영씨가 일정관리용 다이어리에 아이들 옷 만들기 세부 계획을 적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