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직 사퇴 카드’ 만지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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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21일 정세균 대표의 단식에 이어 ‘의원직 사퇴’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과 협상을 하면서도 김형오 국회의장의 미디어법 직권상정 가능성에 신경을 집중하며 김 의장을 상대로 압박을 가한 양상이다. 한나라당에선 “민주당이 도대체 협상할 의지가 있는 거냐”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고 미디어법 협상이 결렬될 경우 84명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할지를 놓고 장시간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반대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의원직 사퇴’론은 총회에 앞서 열린 원내대표단과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론화됐다. 참석자 24명 중 한두 명을 제외하곤 모두 사퇴에 동의했다고 한다. 이들을 비롯한 강경파 의원들은 총회 초반 “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고 재·보궐선거도 불출마하자”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초·재선과 다선 그룹에서 “협상이 진행 중인데 의원으로서 마지막 수단을 던지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에게 한 번 사퇴한다고 하면 정말 사퇴해야 하는데, 지금이 그때이고 그럴 준비가 돼 있나” “(사퇴)하겠다면 본인이 하면 되지 왜 집단행동을 요구하나” 등의 반론도 나왔다고 한 중진 의원이 전했다.

찬반 격론이 이어짐에 따라 오전 10시40분쯤 시작된 의총은 오후 8시30분까지 계속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의원들은 “언론악법 저지를 위해 의원직 사퇴도 불사하며, 이후 모든 대응은 지도부에 일임한다”는 원론적인 결의만 하고 의총을 끝냈다.

◆단식 사흘째의 정세균 대표=정 대표는 19일 시작한 단식을 사흘째 이어갔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정 대표는 추위를 호소하며 한기 증세를 보여 방문객이 없는 동안에는 전기장판을 켜고 이불을 덮은 채 누워 지내고 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들끓는 모기 때문에 모기향도 피우고 있다. 21일에는 김근태 민주당 고문과 친박연대 이규택 대표 등이 찾아와 격려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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