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재테크]9.세금 오르니 비과세 상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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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그러니까 지금은 특히 비과세 상품에 집중 가입해야 한다 이말이죠?" 수해씨의 질문은 도대체 끝이 없었다.재택구는 다시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재택구는 자꾸 시계를 들여보며 눈치를 줬지만 수해씨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질문을 계속했다.

"우선 지금 있는 돈 8천5백만원중 3천만원은 무조건 은행 대출부터 갚는데 써라. 나머지 5천5백만원은 종합금융회사에 투자해라. 그리고 매달 이자를 받아서 그건 전부 비과세 신탁에다 넣어라. 이런 얘기죠?그런데 종금사에서 뭘 사라고 했죠?무슨 발 어음?"

"자발어음요, 자발어음. 종금사가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자체 신용만으로 발행하는 어음이에요. 물론 예금자보호대상이고. 그렇지만 종금사가 망하면 원금을 날릴 수도 있어요. "

"그런데 왜 종금사에 투자하라는 거지요? 이제 종금사는 더이상 안망하나보죠?" "음, 꼭 그런건 아니지만 고객들이 1차 구조조정이 끝난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나봐요. 어쨌든 요즘 종금사로 돈이 무더기로 몰리고 있어요. 6월까지 빠져나가기만 하더니 7월이후 두달새 벌써 4조원 넘게 들어왔다죠, 아마. 증권.투자신탁회사로 몰리던 돈이 일부 흐름을 바꿔서 종금사로 몰려가는 것 같아요. "

"왜죠?" "아무래도 금리가 높으니까요. 단기상품의 경우 은행.투신권이 기껏해야 10%~12%인데 반해 종금사 자발어음은 15%대 거든요. " "아, 그렇군요. 그럼 그것도 모럴 헤저드 (도덕적 해이) 아닌가요. 왜 연초에 무조건 고금리만 쫓아 돈이 몰린다며 나왔던 얘기 말예요. "

"물론이죠. 현재는 그게 더 심각한 것 같아요. 퇴출은행이나 한남투자신탁 처리과정에서 정부가 대충 원금보장은 해주는 선으로 후퇴하니까 고금리만 쫓는 투기심리가 다시 살아난 것일 수도 있고. "

"그럼 아예 종금사 자발어음에만 넣어두는 게 낫지 않아요. 매달 이자 받아서 비과세 신탁.저축에 넣는 것 보다는 이자가 높을 것 아니에요. " "아니죠. 종금사 자발어음은 원금만 보호대상이에요. 따라서 이자를 매달 받아두는 게 일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유리하죠. 게다가 비과세 신탁 수익률은 현재 평균 15%쯤 돼요. 비과세니까 실제 세금을 떼고 난후 손에 쥐는 돈은 다른 것과 비교 안되게 많지요. 특히 명심할 것은 10월부터 이자소득세가 24.2%로 또 인상돼요. 따라서 비과세 금융상품이 단연 돋보이는 시대가 왔다는 거죠. 대충 따져서 비과세 상품의 수익률이 14%라면 일반 과세 상품의 수익률은 20%이상이 돼야 겨우 세금 뗀후 손에 쥐는 돈이 같아진단 말이죠. "

"그럼 아예 비과세 신탁.저축에 5천5백만원을 다 투자하면 돼잖아요. " "비과세 저축.신탁은 분기별로 3백만원까지만 저금할 수 있어요. 목돈을 한꺼번에 넣을 수는 없단 말이죠. 게다가 1가구당 1통장밖에는 가입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목돈은 원금보장되고 수익률 가장 높은 종금사에 투자한 뒤 매달 이자는 비과세 신탁.저축에 넣으라는 거지요. "

"아하, 그랬군요. 재택구씨 말을 듣다보면 재테크란 것도 배우는 재미가 쏠쏠 있는 것 같아요. 알면 알수록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돈을 움직이는 원리를 깨닫는 느낌도 들고. 그런데 또 하나가 궁금해요. 왜, 대출부터 갚아야 하지요?그것도 투자해서 고수익을 올리면 대출금 갚는 것보다 유리하지 않나요. "

"그건 좀 복잡한데 간단히 설명할께요. 일단 대출해서 대출이자를 갚고 이득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은 현재 없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건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가능성이 커요. 대출 금리가 16.5%라고 했죠. 예컨데 1천만원을 16.5%에 빌렸다면 최소 연 24%의 이자를 주는 금융상품에 가입해야 겨우 본전이 된다는 얘기예요. 왜 그런지 한번 따져볼께요.

연 24%라 해도 24.2%의 이자소득세를 떼고 나면 실제 수익률은 18.1%밖에 안돼요. 반면 대출 이자는 매달 갚아나가기 때문에 복리로 계산해야 해요. 따라서 대출이자 16.5%라면 실제 이자율은 17.8%가 됩니다.

그래서 대출은 무조건 먼저 갚아야 한다는 얘기예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쉽게 말하면 돈을 싸게 받아서 그걸 비싸게 빌려주는 걸로 장사를 하는 거예요. "

"아하, 그렇군요. 재택구씨와 얘기하면 답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어려운 부탁하나 하면 안돼요?나한테 매주 한번씩 강의를 해줄 순 없나요. 나도 많이 알아서 정말 과학적으로 투자할 줄 아는 똑소리나는 주부가 돼보고 싶어요. "

제법 처녀때의 애교까지 섞어가며 부탁해오는 수해씨의 요청을 차마 재택구는 거절하지 못했다.

이거, 대업 (大業) 을 앞둔 사나이가 이렇게 아녀자의 말한마디에 흔들려선 안돼는데. 속으론 '바빠서 곤란해요' 라고 대답했지만 막상 입에서 나온 대답은 엉뚱했다.

"물론이죠, 누구 명인데 내가 안받들겠어요" 수해씨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목청을 엄숙하게 가다듬고 재택구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수해 학생. 이번에 배운 것부터 명심해 둬요. '이자소득세가 오를땐 당연히 비과세 상품에 먼저 눈을 돌려라' 는 얘기, 확실히 이해했죠?" "네, 선생님!" 수해씨와 재택구의 입에서 동시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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