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고공발사 남한 저공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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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인공위성' 을 둘러싼 혼미는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어디까지 사실인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한국은 북한의 향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나라다.

그러므로 한국은 북한 실상에 제일 근접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정확한 대북전략.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지리적으로, 민족적.역사적으로도 그러하다.

기술적으로 보면 한국은 미국 수준의 과학능력이 없으므로 정부가 위성 존재 여부에 대해 미국의 최종판단을 기다리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런 능력에서 크게 뒤지는 일본도 별 묘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의 '미사일' 성취가 절대적으로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

어느 국가든 한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면 그 정도 발전은 이룰 수 있다.

여전히 북한은 많은 분야에서 원격 (遠隔) 적인 후진국이며 한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이 궤도를 돌건 안돌건, 북한은 서방 (西方) 모르게 위성.미사일 같은 전략사업에 매진해 왔으며 세계가 놀랄 만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이런 중요한 변화를 제대로 추적하지 못한 채 대북정책을 세워 온 것이다.

북한이 주석직을 폐지하고 국방위원장 중심체제를 갖추는 것도 한국정부는 놓쳤다.

북한 발표 직전까지도 정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김정일 (金正日) 이 주석에 취임한다고 얘기했던 것이다.

이렇듯 정부의 낙종 (落種) 이 꼬리를 무니 북한의 '기아사태' 에 대한 정부의 주장도 신뢰성이 줄어들까 염려스럽다.

잠수정은 심해 (深海) 의 소형이어서, 인공위성은 과학기술이 없어서, 주석직 폐지는 정권내 기밀이어서 탐지할 수 없었다고 하면 한국이 잡을 수 있는 고급정보는 대체 무엇인가.

이스라엘은 적국 테러리스트를 추적해 적확하게 공격해내는 정보력을 과시하지 않는가.

위성이 있든 없든 분명하게 드러나는 북한의 미사일능력에 맞서 한국은 대북 정책목표를, 한.미.일 등 서방세계는 동북아 안보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북한 미사일은 한국을 직접 타격할 뿐더러 미.일에 대한 강력한 견제수단이 돼 두나라의 대한 (對韓) 안보협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수출은 한국.일본의 군비확장을 자극해 이 지역 긴장을 높일 것이다.

한.미.일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국제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과도하게 제어하고 있는 한국의 미사일 개발능력을 일반적 국제수준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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