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회귀냐 미래냐 정치적 선택의 갈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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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지금의 정치적 전선은 과거 유신으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미래로 갈 것이냐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목포시청에서 열린 '광주.전남 혁신발전 5개년계획 토론회'에서다. 이어 노 대통령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경제적 구조 위에서 그 경제적 기득권을 갖고 갈 것이냐, 아니면 세계화.정보화 네트워크 시대의 사회적 구성원리로 갈 것이냐 하는 선택"이라며 "한국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가 정체성을 거론하며 대여 공세를 펼치고 나온 데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곳이 호남 지역임을 고려해 민주당과의 협력을 강조한 끝에 나온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이 지역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사실 이 시대의 민주적 개혁 노선에서는 같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해 (두 정당이) 좀 심각한 갈등 상태에 있었다"며 "하지만 이후 상당 기간 국가와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협력이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개방적, 미래지향적, 민주적인 방향을 추구했던 정당이 열린우리당이고 민주당"이라면서 "여러분은 정치 주도 세력의 산모(産母)들"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월 14일 연두회견에서는 "대선 때 민주당에서 개혁을 지지해 나를 지지한 사람이 있고 개혁에 대한 거부감으로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그때 지지했던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이라고 했었다. 지난 연말에는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언급은 한나라당의 박근혜 체제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민주당과의 정치적 연대를 기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반 여당의 자신감에서 민주당과의 화해를 제안한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합당, 의원 영입 모색 등은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노 대통령의 발언엔 지역감정을 조장할 의사가 있는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이야말로 미래로부터 후퇴해 구시대를 선택했다"고 반박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여섯번이나 정권이 바뀐 4반세기 전의 정치행태를 끄집어내 고인이 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던져 싸움하자는 것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올바른 처신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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