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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그러나 장엄한 서울 참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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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사진을 찍을 때 한 사람 둘을 꼭 넣어 인간의 작음을 표현한다. 지난 2월 서울에 와 항공촬영한 ‘서울의 초상’ 연작 중 두 점.

얀 아르튀스-베르트랑(58)은 하늘 높은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이름난 프랑스 사진작가다. 어느날 열기구를 타고 아프리카에서 땅을 내려다보다 그 아름다움에 놀라고 취해서 아예 항공사진 전문가가 됐다.

그가 펴낸 사진 에세이집 '발견 하늘에서 본 지구 366' '하늘에서 본 지구'(새물결)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지구 사진으로 보는 이의 눈을 반짝이게 만든다.

지난 2월 서울에 와 산림청 헬기를 타고 서울 일대를 촬영한 그는 "먼지가 많아 도시 전모를 찍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놓고 "서울은 급성장한 도시란 인상을 받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얀의 카메라가 잡은 서울 항공사진은 성장과 개발에 내둘린 표정을 짓고 있다. 말 그대로 닭장이다. 사탕막대처럼 솟은 희고 붉은 굴뚝 옆에 멋없는 사각 상자들이 무표정하게 줄을 섰다. 서울 사람은 저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 허리가 휘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그저 우습다. 한강변에 다닥다닥 웅크리고 있는 집은 성냥갑같다. 저 건물 어느 구석에 몸을 부리고 하루종일 밥벌이로 부산한 우리 모습은 채 보이지 않는다.

높은 곳에서 굽어보면 세상은 그렇게 부질없다. 그러면서도 또한 장엄하기도 하니 이 무슨 영문인가.

그때 촬영한 서울 사진을 포함한 얀의 사진전 '하늘에서 본 지구'가 9월 2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동문 앞 광장에서 열린다. 전 세계 150개 나라의 자연과 사람을 찍은 120점과 처음 선보이는 '서울의 초상'8점 등 초대형 사진이 관람객들 눈을 잡아당긴다. 야외 전시라 24시간 볼 수 있다. 야간 조명 아래 펼쳐지는 지구촌 풍광이 여름밤 해외 여행이라도 나선듯 나들이 분위기를 돋운다. 무료. 02-3141-8696.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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