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동리씨와의 관계 밝힌 '한 남자를 …' 재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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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1933년 김동리(왼쪽)와 서영은씨.

문단의 거목 고(故) 김동리(1913~95)씨와의 파란만장한 사랑을 밝혀 화제를 모았던 소설가 서영은(61)씨의 산문집 '한 남자를 사랑했네'가 10년 만에 제목을 '내 사랑이 너를 붙잡지 못해도'(해냄)로 바꿔 달고 재출간됐다.

93년 나온 초판은 김동리와의 사랑을 중심에 두고 구성됐지만 '내 사랑이…'는 시간 순서에 따라 '한 남자를…'의 글을 재배치했다. 유부남과의 사랑이라는 사회적 금기를 깬 대가로 고통받았던 과정보다 사랑하는 여인의 열정적 내면에 초점을 맞추자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역시 관심을 끄는 대목은 '금기 위반'을 집중적으로 다룬 50여쪽 분량의 2장 '한 남자를 사랑한 나'다.

67년 초겨울 등단 추천을 받기 위해 서씨가 김동리의 서울 신당동 자택을 방문해 이뤄진 두 사람의 첫 만남, 30년 나이 차이를 넘어선 사랑의 급속한 진행, 세간의 눈을 피한 비밀 여행 등 사랑의 우여곡절이 상세하게 소개된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당시 김동리씨의 부인 손소희씨가 처음에는 혹독하게 서씨를 닦달하지만 훗날 삼각 관계를 공인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게 된 귀결은 놀랄 만한 것이다. 서씨는 어린 시절 바람둥이 깡패에게 시집가거나 기생으로 태어나는, 사랑에 대한 위험한 환상을 품었었다고 밝히고 있다.

서씨는 29일 "내 사랑의 전체적인 흐름을 소설을 통해 본격적으로 짚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 계간 문예지 '작가세계' 가을호에 200~ 250쪽 분량의 중편 '꽃들은 어디로 갔나'를 싣는다. 김동리와의 결혼 생활 초기까지가 다뤄진다. 내년 출간 계획인 같은 제목의 장편 '꽃들은 어디로 갔나'에는 중편에서 다룬 시기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담을 예정이다.

작가 김훈(56)씨의 글모음 '내가 읽은 책과 세상'(푸른숲)도 절판 10년 만에 재출간됐다. 89년 같은 이름의 글 묶음에서 소설 평론 등을 빼고 몇 편의 시평을 추가해 시와 시집에 관한 글을 추렸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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