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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시대의 선각자 김재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미 고인이 된지 15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김재익 (金在益) 이라는 인물을 결코 잊지 못한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엔 더욱 더 그러하다.

이 책의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라는 글에서도 잘 나와있지만, 70년대말 2차 오일쇼크가 왔을 때 한국경제는 지금이나 별 차이없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국제통화기금 (IMF) 의 휴버트 나이스 실무협의단장 말대로 그 환란 (患亂) 위기를 큰 쇼크없이 무사히 넘기게 한 인물이 김재익이었고, 또 나이스 단장의 시사대로 그런 경제관료가 지금 없다는 것이 우리의 불행이기도 하다.

김재익은 단순히 경제관료가 아니었다.

그의 인격은 '학처럼 연꽃처럼' 깨끗하고 순수했다.

그 깨끗함.순수함 속에 강한 의지가 있었고 꺾이지 않는 신념이 있었다.

그리고 국제사회를 깊이 들여다보고 정확히 분석하고 예견하는 식견이 있었고, 통찰력이 있었고, 비전이 있었다.

거기에 그는 누구보다 외국의 관계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는 인격과 언어구사력이 있었다.

그의 외국어는 모국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아마 어느 대통령이고 그를 보고 그토록 '절대적으로' 신임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으로서 자격을 의심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인물이 능력의 1백분의1도 발휘하지 못한 채 너무나 아깝게 갔다.

김재익의 미망인이 엮어 펴낸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모두 그를 너무 잘아는 사람들이 쓴 것이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너무 우상화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문에 관계없이 여기에 나와있는 글들은 그의 면모의 극히 일부를 나타낸 데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의 의미는 인물 전기 (傳記)가 너무 빈약하고 인물평 (評)에 너무 인색한 우리 사회에 하나의 도덕적 지표이며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훌륭한 인물은 당대 (當代) 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후대를 위해 반드시 기록되고 기억돼야 할 것이다.

송 복 <연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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