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 여왕' 가수 황금심씨 병석 1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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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삼다도 소식' 의 가수 황금심 (77) 여사. 젊은 시절 그에게는 '꾀꼬리의 여왕' 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지금보면 조금 촌스러운 표현이지만 당시는 최고의 찬사였다.

극장에서 마이크를 쓰지 않고 육성 공연을 고집했던 그는 '타향살이' 의 고복수와 가정을 꾸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4월 KBS1 '가요무대' 에 모습을 나타낸 뒤 소식이 없다.

어떻게 지낼까. 한때 만인의 우상이었지만 세월앞에는 어쩔 수 없는 일. 거동이 불편하다.

집안에서 움직일 때도 일일이 안아 옮겨야 한다.

1년쯤 전부터 그런 증세가 나타나서는 조금씩 악화됐다.

그의 병 수발은 '정에 약한 남자' 를 부른 장남 고영준 (43) 의 몫이다.

밤이면 이곳저곳 아프다는 곳을 주물러 드려야 잠드는 어머니. 안마를 하다보면 새벽 4시를 넘기기도 일쑤지만 고영준은 묵묵하다.

"제가 아기때 몸이 아파 울면 어머니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야 어머니께서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곳만 주무르면 되니 그만해도 복이지요. " 고영준은 한동안 가수 생활을 하지 못했다.

친구와 문구.완구 사업을 하다 부도난 게 94년 6월16일. 그 뒤는 완구를 트럭에 싣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팔았다.

빚 청산을 위해 그렇게 전전하기를 2년6개월. "경기도 5일장은 안다닌 곳이 없어요. 노점상처럼 쫓겨다닌 적도 있었지요. " 고영준이 다시 TV에 나온 것은 올해 7월 '가요무대' 6백회 특집. 4년여만의 방송출연이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고영준은 최근 '애시당초' 라는 앨범을 내고 활동을 재개했다.

지금 황금심 여사는 아들의 노래가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듣는 게 둘도 없는 기쁨이라 한다.

그래서 머리맡에 늘 라디오를 틀어 놓고 있다.

황금심 여사의 근황은 동료나 후배가수들도 모른다.

"알리지 말라" 는 어머니의 엄명을 고영준은 따랐다.

"베풀기는 해도 절대 받지는 않으시는 분입니다. 소식이 알려지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든 도와야겠다고 부담을 갖게 된다나요. "

청담동의 20평 남짓한 집을 찾았을 때, 황금심 여사는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음에도 의자에 꼿꼿하게 앉아 기자를 대했다.

"한달만 더 있으면 일어날 수 있어요. " 말이 없던 고영준이 황금심 여사가 없는 자리에서 말했다.

"몇달 전 넘어지셔서 엉치뼈를 다치신 게 한달이면 낳는다는 얘기예요. 의사 말을 어머니께 차마 못 전해드렸지만 앞으로 거동은…. " 이 대목에서 그는 갑자기 화제를 돌렸지만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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