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빅딜 반도체 해결안되도 3일 합의내용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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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삼성·대우 등 5대 그룹의 7대 업종 구조조정 계획이 핵심인 반도체 업종의 합의가 성사되지 않아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반도체에서 현대전자와 LG전자가 합병원칙에는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서로 경영권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2일 "5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이 막판 절충을 벌였으나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서 이견이 심해 최종합의에 실패했다" 면서 "3일중 합의내용을 발표한다는 목표 아래 조율을 계속하고 있다" 고 밝혔다.

한편 반도체를 제외한 항공. 석유화학. 정유. 철도차량. 발전설비. 선박용 엔진 등 6개 업종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절충이 이뤄져 절도차량. 유화. 항공산업에 대해서는 합의서가 작성됐다.

◇ 반도체 쟁점과 양측 입장 = 삼성전자는 그대로 두되 부채규모가 큰 (현대전자 9조3천억원, LG반도체 6조4천억원) 현대.LG를 합병하자는 방향엔 이의가 없는 상태. 두 회사가 합쳐지면 세계시장 점유율이 15.7% (현대 9%, LG 6.7%) 로 삼성 (18.8%)에 이어 2위가 되고 가격.물량 등의 조절이 쉬워지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영권 문제와 관련, 현대전자는 회사를 반도체와 통신 중심으로 개편하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규모.내실 면에서 자신이 LG를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LG는 다른 업종처럼 공동회사로 일단 출발한 후 경영권 문제를 처리하자는 주장. 정상국 (鄭相國) LG그룹 상무보는 "전자.정보통신.반도체가 수직계열화 돼 있어 반도체를 일방적으로 포기할 수 없으며 대산의 현대석유화학 인수는 여천에 있는 LG화학과 시너지 효과가 없어 검토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 포기할 수 없는 속사정 =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오너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라 포기가 쉽지 않다.

현대전자는 정몽헌 (鄭夢憲) 회장이 직접 세우고 키워온 유일한 회사. LG반도체의 구본준 (具本俊) 사장은 구본무 (具本茂) LG회장의 동생으로 올 1월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청주.구미 공장에서 지낼 만큼 현장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전망 = 양측간 자율적인 타협이 쉽지 않아 정부의 중재, 즉 타의에 의해 공동회사 설립 또는 빅딜로 결론날 공산이 크나 이 경우 후유증도 예상된다.

이재훈.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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