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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통하는 사이, 이재오·정몽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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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여권 주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소장파 대표주자’ 정두언 의원의 움직임에 ‘수도권 맹주’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동참하더니, 여기에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정몽준 최고위원까지 가세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左)과 정몽준 최고위원의 관계가 심상찮다. 조기전대, 서울시당위원장 선거 등 주요 현안서 같은 편에 서는 빈도가 많아졌다. ‘이·정 연대론’이 고개를 들 정도다. [중앙포토]


이 같은 기류 변화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장관급)이 주도한 사교육 논쟁으로 표면화했다. 따라서 아직은 ‘정책연대’ 수준이다. 하지만 개각, 청와대 개편에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까지 제기된 시점에선 의미 있는 풍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처음 사교육 논쟁이 공론화한 것은 4월 말이었다. 곽 위원장이 “오후 10시 이후 학원영업을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뒤 외국어고 입시에서의 수학·과학 배제 등 파격적인 사교육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곽 위원장은 이내 역풍을 맞았고 미래기획위의 사교육 대책은 ‘해프닝’으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이때 정치적 후원자로 나선 게 정 의원이다. 정 의원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곽 위원장의 입장을 지지하며 움직이지 않는 교과부를 비판했다.

이렇게 정두언-곽승준 연대가 이어가던 ‘교육개혁’의 전선을 확대시킨 데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영향력이 컸다. 이재오계 핵심인 진수희 의원이 소장을 맡고 있는 여의도연구소가 지난달 말 ‘사교육과의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 게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말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곽승준 위원장의 말이 맞다. 교육은 혁명을 한다는 생각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곽 위원장이 14일 정몽준 최고위원을 따로 만났다고 한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이 사교육 정책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며 “정 최고위원이 소장파의 정책을 당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티사교육 연대’에 정 최고위원도 동참하겠다는 뜻이다. 이 중 정두언 의원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도왔던 두 축(소장파, 수도권 세력)의 좌장 격이다. 또 정몽준 최고위원은 여당 내에서 차기 주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만큼 이들의 연대가 만일 정치세력화할 경우 여권 주류의 권력지도를 바꾸기에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연대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중심인 영남 원로그룹이 주춤하는 사이에 형성된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마침 이들의 연대가 진화하는 조짐들도 눈에 띈다. 23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전여옥 의원을 이재오계가 지지하고 나선 것도 그중 하나다. 전 의원은 정 최고위원과 가깝다. 전 의원의 최대 경쟁자는 중립성향의 권영세 의원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 측과 정몽준 최고위원은 9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정두언 의원 등 소장파들은 이들 이슈와 관련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효식·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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