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시안 확정]제대로 정착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의약분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할 난관이 많다.

가장 큰 과제는 약값의 마진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쓰는 연간 의료보험비 9조원 중 3조원 가량이 약값. 이중 1조원 정도가 마진으로 학계는 추정한다.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된 이 마진이 약품거래를 둘러싼 검은 돈으로 흘러 들 소지가 높다는 것. 게다가 이처럼 마진이 클수록 의사와 약사의 약물과잉처방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

의사와 약사 두 단체가 처방약에 대해 상품명이냐 성분명이냐를 놓고 다투는 이유도 이처럼 높은 약값의 마진을 어느 쪽이 차지하느냐에 있다.

의사가 약품의 성분을 적어 처방전을 낼 경우 약을 조제하는 약사가 제약회사에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며 반대로 의사가 처음부터 상품명으로 처방을 하면 제약회사에 대한 의사의 영향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거래에 따른 약가마진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강구키로 했다.

문제는 약값의 보험수가를 결정하는 수가산정위원회를 제약회사들의 단체인 제약협회가 주관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전문가들은 "생산원가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기초로 적정이윤을 산출해 정부에서 약값을 직접 통제해야한다" 고 강조한다.

둘째 과제는 의료전달체계의 조속한 정착. 이번 복지부의 시안대로라면 입원실이 30병상을 넘는 병원은 의약분업의 제한을 받지 않고 처방과 조제를 모두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감기환자도 종합병원에 몰리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의약분업과 함께 조제권을 잃은 동네 병.의원이 몰락해 의료계는 몸은 없고 머리만 큰 기형적 의료구조를 가중시킬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원들을 병원급으로 한데 합치게 함으로써 상당수의 약국이 문을 닫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용익 (金容益) 교수는 "궁극적으로 종합병원의 외래환자도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해야 의약분업의 진정한 성공이 된다" 며 "외래의 경우 병원내에서 조제를 하는 것이 외부 약국을 이용하는 것보다 불리하게 조치하는 것은 물론,가벼운 질환을 앓는 사람이 종합병원에 가면 훨씬 많은 치료비를 무는 차등수가체계를 갖춰 이들이 동네 병.의원에 가도록 유도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