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검찰 … 천성관, 비공개 퇴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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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의 퇴임식이 17일 청사 6층 소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렸다. 퇴임식을 마친 천 전 지검장이 검찰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이자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퇴임식을 갖고 검찰을 떠났다. 지검 청사 소회의실에서 치러진 이날 행사는 이례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부장검사급 이상 간부 40여 명만 참석했고, 언론의 취재도 제한됐다.

천 전 후보자는 미리 배포한 퇴임사에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과 검찰 조직에 심려를 끼치게 돼 참으로 송구스럽다”며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로 일한 24년이 평생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검찰의 발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천 전 후보자 파문과 관련해 대전고검 석동현 차장검사(검사장급)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게재한 ‘요즘 속이 많이 상하지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가장 염려되는 건 정의감 넘치는 후배 검사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일찍이 겪은 적 없는 초유의 상황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당사자인 천 검사장 본인이겠지만, 묵묵히 일하는 후배 검사와 일반직 여러분의 마음의 상처, 자괴감, 당혹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석 차장검사는 “통신망에 울분에 찬 글이 올라오지 않는 것을 보니, 조직을 위해 눈물 겨운 침묵을 하는 것은 아닌지 미안하다. 선배들에게 실망해 말문을 닫은 것인지 두렵기도 해서 조심스럽게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휘부가 공백 상태라고 해서 후배 검사나 일반 직원들이 동요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믿는다”며 “법무부나 대검의 특별 지시 때문이 아니라 사명감과 조직에 대한 애정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개 숙이지 말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조금 더 겸손하게 일하자”는 당부로 끝을 맺었다. 이 글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후배들의 상처받은 자긍심을 어루만져주는 일을 잊고 있었다”는 답글을 달았다.

실제로 검찰 조직 전체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게 된 데 대해 평검사들 사이엔 울분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 지역의 한 평검사는 “평검사 회의라도 열어 국민들에게 일선 검사들의 답답한 심정과 충정을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글=김승현·이철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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