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눈·귀 이유있는 대칭…생식력탁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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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팔.다리.눈.귀는 좌우가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뱃속은 영 다르다.

심장은 왼쪽에, 간은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위는 아예 모양 자체가 비대칭이다.

이런 현상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생물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왜 겉모습은 좌우대칭인데 속모습은 다를까. 스웨덴 스톡홀름대 엔키스트박사팀은 대칭인 외모가 진화에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대칭으로 조절된 개체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생물학자들은 튼튼한 배우자를 골라, 훌륭한 후손을 퍼트리는 것을 모든 생물들의 공통적인 욕구로 여긴다.

한 예로 제비는 꽁지 날개가 대칭을 잘 이룰수록 배우자로 선택될 확률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대 해부학과 백상호 (白相豪) 교수는 "동물들의 외양이 대칭으로 진화한 것은 무엇보다 운동할 때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사냥하거나 도망칠때 균형이 잘 잡혀있어야 유리한 것이 그 한 예. 또 영국 리버풀대 연구팀은 뉴스위크 최근호 (9월 2일자) 를 통해 양손이 대칭을 잘 이룬 사람일수록 생식력이 높다는 조사결과를 발표, 대칭이 건강의 한 척도임을 보여줬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논리가 사람사회에서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방송국에서 앵커를 고를 때 짝눈이나 비뚤어진 코를 가진 사람을 피하는 것은 같은 맥락. 거부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겉모습과는 달리 뱃속의 장기들은 왜 비대칭일까. 이는 동물의 진화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어류→양서류…→포유류의 진화과정을 보자. 어류는 모든 내장기관이 머리에서 꼬리쪽으로 좌우대칭을 이루며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그러나 어류가 몸집이 두툼한 양서류로 진화하면서 내장은 좌우로 나뉘어 차곡차곡 뱃속을 채우게 된다.

만일 개구리에서도 장기가 대칭으로 죽 늘어설 경우 몸통내에 불필요한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좌우대칭인 올챙이의 내장이 개구리로 탈바꿈하면서 비대칭이 되는 것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서울의대 병리학과 서정욱 (徐廷旭) 교수는 "그렇다고 내장의 비대칭이 아무렇게나 생기는 것은 아니다. 비대칭을 엄밀히 조절하는 유전자가 있다" 고 말한다.

이런 유전자에 이상이 생길 경우 왼쪽에 있어야할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경우도 있다. 또 좌심방은 없고 우심방만 중복된 형태의 심장을 가지고 태어난 신생아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간이 한가운데 있어 문제가 되는 사람도 있다. 극히 예외적이지만 내장의 좌우가 원래부터 정해지지 않은 동물도 있다.

'iv마우스' 라 불리는 생쥐가 그 것. 이 생쥐는 왼쪽과 오른쪽에 심장이 있을 확률이 각각 절반이다.

미국 소크연구소팀은 최근 닭의 태아에서 Pitx2라는 유전자를 추출, 이 유전자가 비대칭은 물론 대칭을 좌우하는 다른 유전자까지도 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써 대칭.비대칭 모두 유전자가 조절한다는 사실이 더욱 확실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대칭.비대칭 유전자를 발견해내는 것은 가물에 콩 나듯 극히 드문 실정. 전문가들은 대칭.비대칭 유전자를 완전히 검색해낸다면 많은 관련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언젠가는 완벽하게 균형잡힌 용모를 창출할 수 있게 될 지 모르겠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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