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계열 금융기관에 돈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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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그룹 계열 국민투신의 한남투신 인수 이후 현대계열 금융기관에 돈이 몰리고 있다.

현대증권은 28일 업계 최초로 수익증권 판매 1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7월 23일 판매액 10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한달만에 다시 5조원의 돈이 현대증권 창구로 몰린 것. 특히 최근 2~3일 사이엔 하루 1조원씩 뭉칫돈이 굴러들어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민투자신탁도 마찬가지. 수탁고 기준 투신업계 3위인 국민투신의 수탁고는 지난 26, 27일간 2천8백억원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업계 1위인 한국투신에선 1천억원 정도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업계 2위 대한투신이 6백억원의 증가에 머무른 것에 비하면 국민투신의 약진은 이례적이다.

이는 특히 국민투신이 지난 25일 영업정지된 한남투자신탁증권의 고객자산을 인수한 것과 관련, 동반 부실화를 우려한 기존 투자자들이 대거 돈을 빼나갈 것이라던 투신업계의 당초 예측과 정반대여서 투신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같은 특이현상을 두고 금융계에선 현대그룹과 새 정부와의 교감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정주영 (鄭周永) 명예회장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단독 면담, 한남투신 인수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정몽헌 (鄭夢憲) 현대그룹 회장도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역시 한남투신의 인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鄭회장은 일체의 추가 요구조건 없이 금감위 인수조건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국민투신의 실무진들은 당국의 2조5천억원 지원이 미흡하다며 최소 3조원의 지원을 요구했었다.

현대그룹의 한남투신 인수는 당시 해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던 당국과 여당의 짐을 한꺼번에 덜어준 셈이다.

이를 두고 금융계에선 지난 정권과의 불편한 관계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던 현대가 새 정부와의 관계개선을 적극 모색한 결과로 보면서 금강산 개발 등 향후 현대그룹의 행보에 힘이 더 실릴 것이라는 등의 관측도 하고 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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