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사과 가로수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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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충주명물 사과가로수를 보호해주세요. " 충북충주시가 대표적인 특산물인 사과를 알리기 위해 조성한 사과가로수가 수난을 겪고 있다.

탐스러운 열매가 열리기 무섭게 너도나도 몰래 따가는 바람에 이를 지키는 일이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시의 관문인 달천동 4거리 일대 사방에 심어진 사과나무는 홍로.홍옥.후지 등 모두 4백40그루. 이가운데 지난해 달천파출소~문화동 중앙화학간 달천로 6백m 구간에 심은 5~6년생 3백35그루에는 요즘 그루당 30개 이상의 열매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

특히 홍로 같은 조생종은 탐스러운 붉은색과 향기로 길가는 이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이곳을 지나는 주민과 외지 행락객들의 서리가 잦아지면서 최근에는 붉게 익은 열매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가로수길이 서울과 청주에서 수안보로 이어지는 국도에 조성된데다 한적한 곳이어서 주민들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행락객들이 차를 멈추고 한두개씩 다투어 따간 것이다.

보다못한 시는 이에 따라 '보호구역' 임을 표시하는 안내푯말 10여개를 세우고 조경과 직원과 공익근무요원 9명으로 감시조를 편성, 오전5시부터 밤12시까지 감시활동을 벌였다.

한때 아르바이트 대학생 4명까지 추가로 동원했지만 6백여m에 이르는 긴 구간에서 감시원의 눈을 피해 순식간에 따가는 데에는 속수무책. 결국 지금은 애초 맺혔던 열매의 반도 남지 않았다.

시는 할 수 없이 26일 조생종인 홍옥 50그루에 남은 사과를 모두 따내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했다.

시관계자는 "주로 외지인인 서리꾼들이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한두개씩 따가고 있다" 며 "어차피 홍보를 위해 심어둔 것이니 그리 서운할 것도 없지만 더 많은 관광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가을까지 단속을 계속하겠다" 고 말했다.

충주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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