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찰, 폭력배 소탕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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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26일 대만의 경찰과 조직폭력배들은 3000여발의 총탄이 오가고 수류탄 6개가 터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총격전을 벌였다. <본지 7월 28일자 15면>

이 장면은 TV로 생중계됐다. 대만 경찰은 이날 조폭 두목 장시민(張錫民)에 대한 공격작전을 언론에 미리 알려주고 이를 중계토록 했다. 체포에 그만큼 자신있었다는 얘기였지만 결국 검거엔 실패했다.

장시민은 기업인과 학생을 연쇄 납치하며 100여억원을 뜯어온 악명높은 납치단의 두목. 경찰의 연락을 받은 5개 무선방송국과 6개 뉴스전문 채널, 일부 유선 채널은 특종을 놓칠세라 오전 1시45분 작전이 시작되는 현장에 중계 카메라를 설치했다. 위치는 남부 항구 도시인 가오슝(高雄) 다랴오(大寮)항 산간의 범인의 임시 거처 주변. 방송국 중계차가 수시로 지나다니며 정적을 깬 것은 물론 일부 방송국은 '잠시 후 경찰의 범인 소탕 작전을 생중계 해드리겠습니다'라는 자막까지 내보내 작전을 예고하기도했다. 경찰이 산으로 도주한 범인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산길이 좁아 일부 카메라기자가 미처 따라 올라가지 못하자 방송사들은 "좋은 화면이 필요하다"며 경찰에게 허위 공격장면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가의 빈 집을 목표로 설정, 긴장된 모습으로 접근해 공격하는 장면을 두차례 연출시켰다는 것. 이 장면이 생중계된 것은 물론이다.

가짜 공격 주문에 응한 경찰은 "위험한 작전인데도 기자들이 끈질기게 따라붙어 안전이 문제가 됐다"면서 "기자들이 작전의 효율을 떨어뜨려 피곤하긴 했지만 필요한 화면을 제공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했다.

[대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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