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황조근정훈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가문의 영광'

공무원들은 장.차관 되는 걸

그리 부른단다.

보통사람은 나라에 공적 세워

훈장 받는 것을 그리 부르는데.

장.차관 되고

훈장도 받으면

'가문의 곱빼기 영광'인 셈.

장.차관들의'곱빼기'영광은

1966년부터 내려온

관가의 미풍양속.

반년 이상 장.차관으로 있다

퇴임하면 덤으로 훈장.

국무회의서 심의하긴 하는데

그분들도 언젠간 물러날 분,

머잖아'곱빼기'영광

차지해야 할 분,

좋은 게 좋다며 통과, 통과.

점잖게 말하면 전관예우

더 점잖게는'상생의 서훈'.

법으론 뚜렷한 공적 세워야

훈장을 탈 수 있다는데

카드대란 일으켜도

실무 감독자만 책임 있고

장.차관은 노터치.

경제 어렵게 만들어도

기업, 노조 잘못이지

장.차관은 할 일 다 했다고.

백년대계 교육정책도

장관 바뀌면 오락가락

그래도 책임은 없고 공적만.

암, 훈장 받으실 몸인데

책임은 무슨 책임….

가문에 영광 세운 것도

공적이라면 큰 공적이지.

정부는 훈장 주면서도

낯 뜨거웠는지

포상제도 엄격히 운영하고

공과를 평가해 주겠다나.

'그냥 넘어가자'는 말을

그렇게도 돌려차는 재주,

이거야말로 훈장감 아닌가.

*정부는 '국민의 정부' 장관급 인사 9명에게 청조근정훈장, 차관급 27명에게 황조근정훈장을 주기로 했다. 이로써'국민의 정부'때 정무직 공무원을 지내고 근정훈장을 받은 사람은 203명으로 늘어난다.

김상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