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백과사전 업계도 지각 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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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백과사전의 대명사로 불려온 브리태니커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혁신적인 온라인 편찬 방식의 '위키피디어'(www.wikipedia.org)가 브리태니커 같은 기존 백과사전들이 설 땅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28일 전했다.

2001년 문을 연 위키피디어 영문판 사이트의 경우 제공하는 정보 항목이 30만가지에 이른다. 1768년 영국에서 탄생한 최대.최고(最古)의 백과사전 브리태니커 웹사이트(www.britannica.com)의 세배 규모다.

지난달 하루 870만건을 기록한 위키피디어의 히트(열람 파일 수)도 유료(연간 60달러)인 브리태니커를 앞섰다. 위키피디어는 연내 아랍어에서 게일어(스코틀랜드 일부 지방 언어)에 이르는 50가지 언어로 100만개의 정보항목을 지닌 초대형 백과사전으로 변신할 꿈을 꾸고 있다.

놀라운 성장의 비결은 '오픈 소스'라는 것이다. 위키피디어는 컴퓨터 운영체제(OS)인 리눅스처럼 '정보는 나눌수록 커진다'는 이념을 신봉한다. 네티즌이 공짜로 콘텐츠에 접근해 특별한 프로그래밍 기술이 없이 사전 편찬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식 사이트와 흡사하다.

위키피디어라는 말은 하와이 원주민 말로 '빨리'를 뜻하는 '위키'에 백과사전(encyclopedia)을 덧붙인 합성어다. 전 세계 네티즌이 공동으로 삼라만상을 '신속히'집대성하겠다는 거창한 포부다.

위키피디어는 미 컴퓨터 프래그래머인 워드 커닝햄이 1990년대 중반 웹페이지 공동제작 방식을 개발한 게 계기가 됐다. 이를 선물 옵션 거래 전문가인 지미 웨일스가 백과사전 편찬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어 재단은 비영리여서 기부금도 받는다. 재단 대표 웨일스에게 딸린 정식 직원은 한명도 없다. 120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사이트 편집과 모니터 등을 돕는다. 매일 잘못된 내용이 쏟아지지만 네티즌이 발견해 손수 고친다.

전통적인 백과사전 업계는 위키피디어를 어떻게 평가할까. 브리태니커 관계자는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객관성과 정확성을 보증하기 어렵다"면서 "정보의 품질 관리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키피디어도 어떻게 하면 품질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전문 분야별로 네티즌 위원회를 만들어 입력된 정보를 인증하는 방안이 그 하나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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