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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에 온 영화'해피투게더'의 량차오웨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량차오웨이 (梁朝偉.36) 는 스타로서 너무 수줍어 보인다.

그래서 그의 기자회견은 언제나 싱겁기 그지없다.

두 마디 이상을 넘기지않는 단답형의 대답 때문이다.

'해피투게더' (왕자웨이 감독) 의 개봉에 맞춰 내한한 그는 이번에도 똑같았다. 그에게 이런 불만을 털어놓지 않았다면 이 인터뷰 기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회견이 재미없다" 는 말에 그는 "지금부터 다시 하자" 고 선뜻 제의했다.

단독으로 마주하고 앉은 시간은 0시30분. 이번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성의있게 대답해 기자를 놀라게 했다.

어쨌든 그는 '공식' 체질은 아니라는 생각.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성격이 내성적인데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원래 사람 많은데 나서길 두려워한다. 친구도 별로 없다.

그나마 몇 있는 친구도 연예인은 아니고. 그래도 영화가 좋으니깐 일을 한다. 코미디 연기도 하는데, 그건 영화를 촬영할 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래도 낯선 환경, 모르는 사람들과 일하는 건 여전히 힘들다. "

- 대부분의 영화에서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로 나오는 편인데.

"홍콩에선 배우가 매우 수동적인 입장이다. 감독들은 내 이미지를 우울하고 어두운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배역이면 항상 나를 캐스팅하는 걸 보면…. "

- 왕감독은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바꿔 배우들을 난처하게 한다는데.

"사실이다. 내게 준 시나리오와 전혀 다른 것을 요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응할 수 밖에 없다 (웃음) .감독 자신이 무엇을 찍는지 알고 있기만 하다면 그런 즉흥연기도 배우로선 감당해야 한다. "

- '비정성시' 에 이어 출연한 허우샤오시엔 감독 (대만) 의 '상하이의 꽃' (지난 5월 칸영화제 경쟁작) 은 매우 정적인 영화던데.

"아주 무료한 생활에 빠져 있는 남자 역할이었다. 일상에서의 나의 개인적 느낌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원작소설을 본 사람들은 모두 영화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틱한 면은 굉장히 억제돼있고, 일상을 세심하게 포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

- 현재 해외에서 캐스팅 제안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일본에서 2편, 호주에서 1편, 프랑스에서 1편 정도가 제의가 들어온 상태다. 프랑스 영화는 '시클로' 에서 나를 기용했던 트란 안홍 감독의 작품인데, 다시 함께 일한다면 '시클로' 에서의 아쉬움을 씻고 싶다. "

량차오웨이는 중국 광동 태생으로 어릴 적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이주했다.

83년 TV드라마 '녹정기' 로 주목받기 시작, '비정성시' (89년)가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했다.

'동사서독' '아비정전' '첩혈가두' 등을 통해 자신만의 색채를 지닌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이은주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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