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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한국인 이름 딴 중학교 세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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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미국 LA 한인타운에 한국계 미군용사인 고(故) 김영옥(사진) 대령의 이름을 딴 중학교가 9월 문을 연다. 미국에서 한국인의 이름을 딴 중학교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김 대령은 미주 한인 2세로 2차 세계대전 및 6·25전쟁에서 공을 세워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최고무공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독립운동가 김순권 선생의 아들로 1919년 LA에서 태어나 2005년 사망했다.

LA통합교육구 교육위원회 소속의 7명의 이사진은 14일 ‘김영옥 중학교’로 명명하는 청원을 받아들이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엔 100여 명의 한인사회 인사가 참석해 안건 통과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안건 통과 후 모니카 가르시아 교육위원장은 “김영옥 대령은 전쟁영웅일 뿐 아니라 학생들에겐 훌륭한 리더이자 본보기였다”며 “이제 LA의 모든 이들이 김 대령에 대해 알게 됐고 이로 인해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축하했다.

이 청원은 고 김 대령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2006년 그의 정신을 기리자는 뜻으로 설립된 ‘김영옥 대령의 친구들’이란 단체가 주도했다. 20여 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김 대령의 이름을 딴 학교의 개교를 위해 애썼다. 다이앤 왓슨 미 연방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의 지지 서한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날 이사회 표결이 붙여지기 전에 이 단체의 알렉스 차 공동대표 등은 이사회에 참석해 김 대령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들인 랄프 안 박사도 지지연설을 했다. 차 대표는 “이 날을 위해 LA한인회를 비롯 한미연합회 LA지부와 한미민주당협회 등 각계 인사들이 많이 힘써 주셨다”며 “오늘은 한인사회의 힘을 보여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김 대령의 이름을 딴 고등학교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단체의 또 다른 공동대표인 민병수 변호사는 “김 대령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선 훈장을 받았지만 미국서는 받지 못했다”며 “앞으로 미국에서도 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동포사회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특히 2차대전 당시 김 대령의 지휘를 받았던 442부대 소속 참전용사 8명이 군복을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부대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구성됐었다. 이들 중 대표로 지지 발언에 나선 샘 후지카와는 “김영옥 대령은 우리의 영웅이었다”며 “그의 이름을 딴 학교의 설립은 후세에도 귀감이 되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원운동엔 김 대령과 생사를 함께 한 일본계 미국인 참전 용사와 일본계 비영리단체도 동참해 의미가 더욱 깊었다고 ‘김영옥 대령의 친구들’ 단체 관계자는 밝혔다.

LA지사 곽재민 기자 (jmkwak@koreadaily.com)

◆김영옥 대령=2차대전 당시인 1941년 미 육군에 사병으로 지원해 장교 후보생 교육을 받고 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일본계 미국인 부대의 지휘관으로 참전했으며, 미군에서 아시아계로는 첫 대대장을 지냈다. 이탈리아 중부에 독일군이 설치했던 고딕라인 돌파 등에 공을 세워 이탈리아 최고 무공훈장 및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종도뇌르를 받았다. 김 대령은 늘 자신은 100% 미국인인 동시에 100% 한국인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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