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미 양국 국민 상호 호감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인과 미국인은 상대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65년부터 94년까지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진 반면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그 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65년 주한 (駐韓) 미 공보원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인의 68%가 미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 로 꼽았다.

한.미 수교 1백주년을 맞은 82년 미국 갤럽 등의 조사에서도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60.6%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80년대 중반에서 말엽을 고비로 급격히 떨어졌다.

중앙일보 조사에 따르면 84년 37.3, 85년 35.1, 86년 34.4, 87년 36.3, 90년 19.5, 91년 19.7%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94년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미국을 '아주 좋은 나라' 로 꼽은 응답자가 불과 7.4%에 지나지 않았다.

이같은 변화는 80년 광주 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시비와 군사정권 지지에 대한 실망감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82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과 성조기 (星條旗) 소각사건 등 80년대 들어 본격화한 대학생 중심의 반미운동도 같은 맥락. 그러나 서울올림픽 기간중 보여준 일부 미국 선수들의 무례한 행동, 미측의 거센 시장개방 압력 등으로 80년대 말부터는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반미감정이 확산됐다.

반면 한국에 대한 미국인의 호감도는 한국내 반미의식이 정점에 달한 80년대말 잠시 낮아졌다가 그후 눈에 띄게 높아졌다.

82년 미국 갤럽이 미국인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호감도는 일본 84, 중국 73, 대만 71, 한국 57, 북한 29% 순으로 조사대상 5개국 중 한국이 4위를 차지했다.

반미운동이 한창인 89년에는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39.8%로 떨어졌고 빈번한 반미시위에 대해선 69.6%가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92년 미국 갤럽과 포토맥 연구소 공동조사에서는 동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 53, 일본 51, 중국 46, 북한 30% 순이었다.

특히 미국 중산층 이상 여론주도층의 호감도는 75%로 일본 (66%).중국 (44%) 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들의 관심사는 주로 한국의 '경제발전' 이었다.

한국인의 대미 (對美) 호감도가 옛날보다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안보.경제면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한국인은 63.7% (94년 갤럽 조사)에 이른다.

대다수 한국인이 미국과 '현실주의적인 선린우호' 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동현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