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폴 크루그먼교수 포천誌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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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매사추세츠공대 (MIT) 교수는 경제지 '포천' 최신호 (9월 7일자)에서 '아시아를 구한다 - 이제는 극단적으로 나아갈 때' 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외환통제' 와 '금리인하' 를 통해 조기에 실물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 (IMF) 이 위기발생 초기에 아시아 국가들에 고금리.긴축정책을 요구한 것은 결코 무리한 발상은 아니었으나 문제는 그 처방이 듣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크루그먼 교수가 밝힌 아시아 경제위기의 진단과 해법.

◇IMF 처방과 문제점 = 아시아 위기는 80년대 남미 국가들의 외채위기나 95년 멕시코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다.

이제까지 IMF는 ▶위기발생 국가들에 자금 지원 ▶경제구조 개혁 ▶외국자본을 붙잡기 위한 고금리 정책 ▶신뢰회복 조치 등을 통해 경제의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전환되길 기다리고 있다.

IMF의 구제방안은 95년 멕시코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했으나 아시아의 기업들은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고금리체제 아래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또 '아시아 경제의 엔진' 이라 할 일본 경제가 침체된 상태에 있어 멕시코 위기때 미국이 한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긴축재정.증세 등 사실상의 디플레이션 정책으로 경기가 침체되는 등 상황도 더욱 악화됐다. IMF에 대해 제기된 비판내용은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IMF가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통화가치를 고수하거나 '통화위원회' 등을 설치, 고정환율제로의 이행을 허용하지 않고 통화가치 하락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IMF가 통화가치 안정을 지나치게 강조, 고금리를 불렀다는 쪽이다.

이런 주장들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전자 (前者) 의 주장대로 모든 나라의 통화가치가 금 (金)에 고정돼 있던 1929년에도 공황이 발생했다.

◇아시아를 살리는 극약처방 = 다소 극단적 처방이라 할 수 있는 외환통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외환통제 정책은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심각한 국가에서 사용되는 정책이다.

그 방법은 구체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수출업자는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화를 반드시 정부에 일정 환율로 매각하게 한다.

또 기본적으로 정부 승인을 받은 수입이나 서비스 대금 지불에 대해서만 같은 환율로 외화를 바꿔준다는 것이다.

외환통제를 통해 일시적으로 외국투자가들의 신뢰를 얻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먼저 국내 금리와 환율의 연결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이 경우 금리를 낮추더라도 환율이 떨어질 우려가 없다.

외환관리를 실시할 경우 ^국내자금 해외도피^해외투자 감소 등의 부작용이 수반되지만 피해는 일시적이며 금리인하로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 그때 가서 외환통제를 포기하면 된다.

정리 = 김현기.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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