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천재 허재“술맛 잊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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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술이요? 이젠 냄새도 기억 못하겠습니다. " 농구계의 '소문난 주당' 허재 (33.나래)가 석달째 술구경을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나래로 이적한 후 환영식에서 마신 소주 몇잔이 마지막 '공식 음주' 였다.

"술을 끊고 훈련에 전념하겠다" 는 것이 이적 당시 허재의 장담이었지만 지금처럼 완벽하게 술을 끊을지는 아무도 예상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허재는 나래의 연고지 원주가 선수들에겐 창살없는 감옥이자 '모범선수 양성지구' 라는 사실을 몰랐다.

나래 선수가 원주에서 술을 먹으려면 옆 자리 손님들의 매서운 질책을 각오해야 한다.

구단에는 "아무개가 어디서 술을 먹더라. 프로선수가 이래도 되느냐" 는 항의가 들어온다.

상황이 이러니 해만 지면 술생각이 나던 허재도 도리가 없다.

요즘은 일과가 끝난 후 낚시터로 달려가는 것이 유일한 낙. 훈련이 끝나면 숙소 가까운 낚시터에서 대를 폈다가 자정이 되기 전에 돌아온다.

낚시터에서 밤참에 소주 한잔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술을 먹어야 하나" 싶어 단념하곤 한다.

나래의 최형길 국장은 "17~19일 구단 행사 때 술을 권했는데 사양하더라" 고 귀띔한다.

후배선수들은 허재를 '화끈한 선배' 로만 알았다가 적잖이 실망 (?) 한 눈치. 트라이아웃 기간중엔 코칭스태프 대신 후배들을 지도하면서 엄청난 훈련량으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달라진 농구천재 허재. 술과의 인연을 언제 다시 잇게 될지 정말 궁금하지만 더 궁금한 것은 술없이 여름을 넘긴 그가 다음 시즌에 과연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까 하는 점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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