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골 골 골 … "됐다, 다음에 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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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랜만에 터진 태극전사들의 소나기골이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식혔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이면서도 유독 아시안컵 축구대회와는 44년간 우승 인연이 없었던 한국. 시원한 골 사냥의 상대는 늘 결정적 고비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쿠웨이트였다.

한국이 27일 중국 지난의 산둥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벌어진 B조 예선 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했다. 2승1무가 된 한국은 조 1위로 8강에 진출, 오는 31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지난에서 D조 2위와 8강전을 치른다. 28일 최종전을 치르는 D조에서는 일본(2승)과 이란(1승1무)이 1, 2위를 달리고 있다.

▶ 차두리(왼쪽에서 둘째)가 전반 종료 직전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한국의 세번째 골을 넣고 있다. 차두리 주위에는 두명의 쿠웨이트 수비가 있었지만 꼼짝도 못했다. [지난=연합]

전반 시작과 함께 한국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분명히 이전 경기와 달라져 있었다. 정확한 위치 선정과 한 템포 빠른 패스 등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주문했던 플레이를 구사했다.

한국의 선제골은 이동국의 멋진 작품이었다. 전반 25분 아크 정면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동국이 수비벽 오른쪽 빈틈으로 인프런트킥을 날렸다. 공은 골키퍼와 오른쪽 골포스트 사이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갔다.

추가골도 이동국이었다. 전반 41분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던 차두리가 뒤에 있던 박진섭에게 공을 내줬다. 박진섭은 골문 앞 양팀 선수들의 움직임을 읽은 뒤 골키퍼와 최종수비수 사이로 절묘한 크로스를 올렸고, 이동국의 오른발에 정확히 연결됐다. 2-0. 이동국은 세 골로 득점 단독 선두에 나섰다.

세 번째 골은 차두리의 몫이었다. 전반 45분 센터서클 부근에서 공을 잡은 박지성이 전방의 차두리에게 길게 연결했다. 차두리는 쿠웨이트 수비수 두명 사이로 강력한 중거리슛을 날렸고, 공은 총알같이 골네트에 꽂혔다.

후반 들어 쿠웨이트의 반격에 한국은 다소 주춤했으나 공격의 주도권은 놓지 않았다. 경기가 느슨해지자 본프레레 감독은 이동국 대신 안정환을 투입했다. UAE전에서도 이동국과 교체멤버로 들어와 추가골을 터뜨렸던 안정환은 후반 31분 30m 중거리슛을 날렸다. 공은 바닥에 한번 튕기고 골키퍼의 손을 스친 뒤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장혜수.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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