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식지 않는 '겨울연가' 열기 놀라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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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매주 월요일 깜짝깜짝 놀랍니다. 월요일은 전주 토요일 밤에 방영되는 '후유노 소나타'('겨울연가'의 일본명)의 시청률 자료가 전달돼 오는 날이거든요. 계속되는 높은 시청률에 '이거, 세번째 방영 맞아?'라며 제 스스로 고개를 갸웃거릴 때도 있습니다."

현재 일본 NHK 지상파에서 방영 중인 '겨울연가'의 책임 프로듀서 시바타 아키(柴田亞樹.40)는 '엄청난 열기'란 말을 반복했다. 그럴 만도 하다.'겨울연가'는 2년 전 NHK 위성방송에서 첫 방영된 이후 이번이 세번째 방영인데도 그 열기가 사그라질 기미가 없다.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의 NHK홀에서 만난 그는 "지난 4월에 첫회가 나간 이후 지금까지 4000통 이상의 e-메일과 1만통 이상의 전화가 쇄도했다"며 "시청률은 도쿄 등 간토(關東)지방이 16~17%며, 오사카(大阪) 등 간사이(關西)지방은 20%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NHK의 대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일요일 저녁 9시의 대하드라마 시청률이 2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토요일 심야시간대(밤 11시10분부터 60분간)의 이 같은 시청률은 경이롭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방영 초기만 해도 40~60대 주부들을 중심으로 '배용준이 너무 멋있다' '배경음악이 좋다'는 등 단순한 느낌을 전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관심의 폭과 깊이가 대단합니다.'내가 겨울연가 때문에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알게 됐는데, 드라마에 더빙돼 나오는 일본어 대사가 본래 한국어 대사의 느낌과는 적잖이 차이가 난다'는 항의가 쇄도할 정도로 말이죠."

이에 따라 NHK는 올해 중에 한국어 대사에 일본어 자막을 단 한 회당 70분짜리 '오리지널 무삭제판'을 재방영할 계획이다.

시바타 PD는 "대다수 일본인은 그동안 한국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는 '의식의 벽'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며 "이게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뻥 뚫리면서 한국이란 나라가 일본인들에게 가깝게 다가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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