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정치가들 기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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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의 경제평론가인 고무로 나오키가 쓴 '한국의 붕괴' 란 제목의 책이 있다.

10여년전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던 때에 출간된 책이다.

그는 그때 이미 한국경제가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 부닥쳐 뒷걸음질할 것을 예측해 글을 썼다.그가 한국경제에 대해 그런 예측을 했던 이유들이 그 책에 나타난다.

첫째는 한국인들에게는 장인정신이 없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일본인들은 장인정신이 몸에 배있어 대를 물려받는 기술로 제품에 혼을 불어넣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런 정신이 부족해 물건을 만들 때 대충대충 만드는 습성이 있다.

그리고 일을 맡았을 때나 물건을 만들 때 정성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부족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둘째로 한국인들에게는 양반사상이 몸에 배있어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반사상이 왜 경제성장에 지장을 주는가.

양반은 노동을 기피하기 때문이라 했다.

그리고 노동을 싫어하는 사회는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옳은 말이다.

타고난 재능도, 물려받은 자산도 땀 흘려 일하며 살겠다는 노동정신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빛을 볼 수 없게 된다.

땀 흘리기를 싫어하는 백성들은 못살도록 돼있음이 하늘이 정한 이치다.

이를 벗어나 잘 살 수 있는 백성들이 하늘 아래서는 없다.

그렇다면 70년대에 한국인들은 어떻게 열심히들 일했던가.

고무로 교수의 지적으로는 헝그리 정신이었다고 했다.

헝그리 정신이란 배고플 때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정신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느 정도 향상돼 가난을 벗어나게 되면 일하는 정신도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70년대의 한국인들은 생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으나 생존문제를 해결하자마자 양반근성이 되살아나 일하기를 싫어하게 된다.

그래서 경제가 벽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우리는 이웃나라 학자의 그런 지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지 감정적으로 반발할 일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고무로 교수가 한국인에 대해 한 가지 모르고 있는 점이 있다.

다름 아니라 한국인들의 진취적 기상과 개척정신이다.

인종적으로 말하자면 일본인들은 남방계 농경민족이고 한국인들은 북방계 기마민족의 후예들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집단성이 강하고 순종을 잘하는 기질이다.

이에 비해 한국인들은 진취적인 기상과 기동성이 높고 개척정신이 빼어나다.

해외로 나가보면 세계 곳곳에 한국인들이 진출해 땀 흘려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국인들이 무려 1백72개 나라에 들어가 일하고 있기에 나라 수로는 세계 제일이라는 소식이다.

어느 민족, 어떤 백성들이건 장점들이 있는가 하면 단점들이 있게 마련이다.

단점들을 줄이고 장점들을 높여나가면 선진국민들이 되는 것이고 반면에 장점들이 묻혀지고 단점들이 두드러지게 되면 열등국민들이 된다.

국민들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높여나가는 솜씨를 일컬어 지도력이라 이른다.

그런 지도력을 지닌 사회는 발전하는 사회가 되고 그렇지 못한 사회는 정체하게 된다.

그런 지도력의 핵심이 정치지도력이다.

정치지도력이 바로세워져 국민들의 진취적 기상을 높여주고 개척정신이 제대로 뻗어나가게 이끌어줄 때 그 사회는 발전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지도력은 어느 수준에 있을까. 우리나라 정치가들이 정치하는 모양새를 살펴보면 마치 개싸움을 보는 것 같다.

서로 으르릉대고 밀고 밀리는 모양이나, 이 줄에 섰다가 저 골목으로 갔다가 하는 모양이 개싸움 중에서도 똥개싸움이다.

하나 어떡하겠는가.

이것이 우리 현주소이고 수준인데…. 이런 수준을 넘어서는 길은 없을까. 한가지 길이 있다.

새로운 정치지도력을 만들어내는 길이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국민들이 똑똑해지면 된다.

참되고 유능하고 비전있는 일꾼들을 뽑고 밀어주고 길러줘야 한다.

통일한국 시대를 이끌어 나갈 그런 정치가들을 기르자. 다른 어떤 일보다 앞서는 일이다.

김진홍(목사.두레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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