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경축사에 담긴뜻]참여정치·시장경제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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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매사 극단주의를 싫어한다. 좌든 우든, 아래든 위든 그는 언제나 중앙에 서려 했다. 상충되는 가치를 조율했고 모순되는 이해를 융합했다.

제2건국 선언은 그같은 '김대중 정치철학' 의 집합체다. 때문에 언뜻보면 새로움이 덜하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 있다.

'김대중식 개혁' 이 체계화됐다는 점이다.

그것은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기본틀로 작용할 것이다. 새로운 통치질서인 셈이다. 제2건국 선언은 두가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우선 과거의 편향적 가치들을 부정했다는 점이다.

권위주의.관치 (官治) 경제.독선적 민족주의가 그 대상이다. 그러면서도 과거 그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대한민국의 법통, 역사의 연속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새로운 가치질서를 제시했다.

참여민주주의.민주적 시장경제.보편적 세계주의가 그것이다. 그의 실현을 위해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인다는 포부도 밝혔다. 金대통령은 "이제부터 개혁은 시작" 이라고 공언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아니다. 金대통령은 새로운 가치질서를 지배하는 3대 기본원리로 자유.정의.효율을 적시했다.

그러나 그것은 상충되는 개념들이다.

예컨대 효율은 순수시장경제의 기본논리다. 정의는 복지와 분배논리다.

그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사회주의 노선이다. 따라서 양자 모두를 지향한다는 건 결국 중도논리다.

그것이 DJ노믹스의 '민주적 시장경제' 다. 이강래 (李康來) 정무수석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의 시장은 서구의 그것과는 다르다.

당장 시장이 제대로 된 룰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은 필요하다. " 경제분야의 정부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개입의 정도는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분야는 金대통령이 특별한 관심을 보인 분야다.

구체적 개혁시책들을 적시했다. 큰 틀은 직접정치적 요소들의 도입이다.

金대통령은 이를 참여민주주의로 표현했다. 여론편승적 정치란 경계적 시각을 감수하고 그것을 지향했다.

경제청문회 실시를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쨌든 金대통령은 정부 역할을 한껏 줄이겠다고 했다. 대신 정당과 자치단체의 역할을 증대시킬 계획이다.

金대통령은 개혁과 함께 화합도 강조했다. 金대통령이 지향하는 참여정치도 본질적으론 화합이 전제돼야 그 기능을 발휘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임정권과 다를 바 없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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