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끝내자]2.도시건설 개념부터 바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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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서초구양재2동 서초우체국 일대 주택 70여가구는 올해도 지하층이 침수됐다. 89년 이후 비만 오면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고통이다.

물을 가둬두는 저류 (貯留) 기능을 하던 저지대를 양재체육공원으로 조성하며 지대를 높이는 바람에 주택가가 오히려 상습침수지역이 된 것이다.

외국은 이럴 때 공원을 낮게 조성해 '평상시 = 공원.광장, 홍수시 = 저류소' 로 쓴다.

물을 생각지 않는 개발은 이외에도 많다. 물길을 생각지 않고 주택을 건설하고 도로를 포장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곧바로 하천으로만 유입된다. 게다가 하천을 덮어 도로.주차장을 만들어 물길을 곳곳에서 차단하기도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홍래 (李洪來) 박사는 "중랑천 범람위기에는 최근 3~4년간 급속도로 진행된 강상류 의정부지역의 대규모 아파트건설이 한몫 했다" 고 진단한다.

저류조역할을 하던 허허벌판 개발로 빗물이 일시에 중랑천으로만 유입돼 강 중하류지역의 침수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먼저 개발된 노원.도봉지구등은 의정부쪽 개발에 따른 하천유입량 변화에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일본은 좀 다르다.

이미 70년대부터 종합물관리시스템을 시행해 개발규모에 따라 하천으로 곧바로 흘러갈 빗물의 양을 정하고 그 이상의 유출량에 대해서는 유출억제시설을 반드시 갖추도록 하고 있다.

즉 개발규모 ▶1㏊ 이상일 경우 1.45톤/㏊ ▶0.05㏊이상 0.55톤/㏊ ▶1㏊미만은 0.5톤/㏊이 빗물 허용유출량이다. 그 이상은 저류 또는 침투되는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자연재해대책법에는 60만평이상의 대규모 택지개발과 골프장등을 건설할 때는 홍수등 재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재해영향평가' 규정은 있다.

그러나 Y시 담당공무원은 "재해영향평가란 말을 들어 본 적도 없다" 고 말해 법과 현실이 다름이 드러난다. 하천 복개도 물길을 막는 원인이다.

서울은 35개 하천중 25개 하천, 전체 하천연장의 60%정도인 6만2천여m가 복개돼 있다.

복개된 하천내부에 쌓인 오물때문에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홍수시엔 하수가 역류하기도 한다. 수방 (水防) 이 교통.주택에 밀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택2백만호 건설때문에 합법화됐던 반지하 주택형태도 문제. 외국의 경우 상습침수지역에서는 1층을 주차장등으로 사용케하고 2층이상부터 집을 짓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는 불법이던 반지하층 건설을 합법화해 '치수개념' 이 실종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음성직 전문위원, 문경란.장세정.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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