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서리,대통령 주례보고 없앤 속뜻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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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 주례보고는 권력 신뢰의 상징이다.

대통령과의 독대 (獨對) 는 권력풍향계 구실을 한다.

그럼에도 김종필 (金鍾泌.JP) 국무총리서리는 이를 사양하고 있다.

지난 7월말부터 JP는 주례보고 형식으로는 청와대에 올라가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는 "1주일에 한번씩의 정례 보고는 너무 형식적이다.

필요할 때 수시로 대통령을 만나면 된다" 고 설명한다.

그러나 JP가 그런 일정을 포기한 것을 놓고 여러가지 미묘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현정권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동정권임을 확인하려는 JP식 '시위' 라는 해석이 있다.

주례보고를 통해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없는 '실세총리' 라는 얘기다.

현재 청와대 주례보고 대상은 총리 외에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조세형 (趙世衡) 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 등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JP는 주례보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들 인사와 격 (格) 이 다름을 보여주려 한다" 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JP의 정례적인 보고는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미 이런 뜻을 김중권 (金重權) 청와대비서실장을 통해 金대통령에게 전달했다.

JP의 한 측근은 "이로써 노태우 (盧泰愚).김영삼 (金泳三) 정권시절을 거쳐 10년간 계속돼온 대통령에 대한 총리의 정례보고는 사라졌다" 고 단언했다.

주례보고는 88년 盧대통령이 "총리 위상을 강화한다" 는 취지에서 제도화했다.

JP의 주례보고가 없어진 시점도 의미가 적지않다.

金대통령은 지난달 24일 金총리서리를 "따로 보자" 며 불렀다.

이 자리에서 金대통령은 "박준규 (朴浚圭)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지명했으니 자민련에서도 협력해 선출시키도록 해달라" 는 당부와 함께 "반드시 총리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도록 하겠으니 걱정말라" 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무렵 JP는 주례보고를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JP로선 대통령의 약속으로 사실상 '서리' 꼬리가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과거 관행을 답습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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