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13. 올림픽서 축구를 뺀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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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까지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축구 경기가 빠질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금지약물 복용 선수 제재 문제를 놓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힘 겨루기를 하면서다.

지난해 IOC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종목 선수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규제를 따라야 한다"고 선언한 게 발단이었다. WADA는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는 2년간 국제대회 출전을 정지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FIFA는 "근력보다는 기술 위주인 축구에까지 일괄 제재를 할 수는 없다. 사안별로 가려야 한다"고 맞섰다.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IOC는 "축구를 올림픽에서 제외시키겠다"고, FIFA는 "출전하지 않겠다"고 서로 으름장을 놓았다. 최고 인기 종목인 축구를 볼모로 치고받기를 한 셈이다. 그러나 결국 FIFA는 지난 5월 WADA의 규정을 수용했다. 대신 IOC는 해당 선수의 재심 청구권을 인정해 사실상 사안별 심사가 가능하도록 절충했다.

스포츠 양대 산맥인 IOC와 FIFA는 1세기 넘게 세 다툼을 해왔다. 1894년 창설된 IOC는 202개 회원국을, 10년 늦게 창립한 FIFA는 205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다. IOC는 "축구라고 특별 대접은 없다"는 입장이다. FIFA는 "IOC는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 큰소리친다.

월드컵 축구가 탄생한 것도 그런 갈등에서 비롯됐다. 1908년 런던 올림픽 때 정식종목이 된 축구는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아마추어 선수들만 출전이 허용됐다. 그러나 몇몇 나라가 아마추어로 위장한 프로선수를 출전시켜 좋은 성적을 내는 일이 생겼다.

그러면서 FIFA 내부에서 "진정한 축구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급기야 30년 제1회 월드컵이 우루과이에서 열렸다. 그리고 이후 올림픽 중간에 4년마다 월드컵이 개최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17회였다.

월드컵은 참가국 숫자나 대회 기간이 올림픽을 능가한다. 방송 중계권료도 훨씬 비싸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의 중계권료 총액은 15억달러를 약간 밑도는 액수. 그러나 2002 월드컵의 경우 영국 1개국에 대한 중계권료만 1억달러를 넘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중계권료를 공개하지 않는 FIFA의 원칙 고수로 총액은 밝혀지지 않지만 수십억달러일 것이라는 추산이다.

FIFA는 일찌감치 프로화.상업화로 급성장해 왔다. 반면 IOC는 84년 LA 올림픽부터 상업화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아마추어 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자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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