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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피해 농작물을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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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3300㎡(1000평)이 넘는 옥수수밭이 10여일 만에 쑥대밭으로 변했어요. 더 두고 볼 수 없어 채 익지도 않은 옥수수를 모두 따내 헐값에 처분했습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대정리의 한 농부가 멧돼지떼 습격을 받아 폭격이라도 맞은 듯 망가진 옥수수 밭을 가르키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옥천군 군북면 대정리 장모(73)씨는 엉망진창이 된 옥수수밭을 바라보면 울화가 치민다.

최근 며칠 새 떼지어 출몰하는 멧돼지가 수확을 앞둔 옥수수를 모두 훑어 먹고 밭고랑을 파 일궈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농경지가 산 중턱에 자리 잡아 해마다 멧돼지 피해를 봤지만 올해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다”며 “옥수수 뿐 아니라 벼가 자라는 논바닥도 멧돼지 목욕탕으로 변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충북 남부 산간지역 농민들이 멧돼지·고라니·비둘기 등 유해야생조수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12일 옥천·보은·영동군 농민들에 따르면 최근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야생조수가 떼지어 몰려다니면서 농경지를 마구 파 일구거나 복숭아·자두 등 과일나무 가지를 부러뜨려 피해가 극심하다. 이달 들어 이들 군에 피해 신고나 포획 요청한 사례만 36건에 달한다.

옥천군 옥천읍 마암리 이모(67) 씨의 옥수수 밭에는 6∼7일 전부터 멧돼지 떼가 나타나 900㎡의 옥수수 밭 중 절반 가량을 망쳐놨다.

이씨는 “5일 찾은 옥수수와 자두밭이 폭격을 맞은 듯 엉망이 돼 있었다”며 “발자국으로 볼 때 적어도 6~7마리 이상이 몰려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동군 황간면 난곡리 최모(46) 씨의 복숭아 밭도 최근 멧돼지 떼 습격을 받아 복숭아 나무 20여그루가 부러져 못쓰게 됐다.

속리산에 인접한 보은지역도 피해가 잇달아 장안면 구인리 이모(49)씨 사과밭에는 한 달 전부터 고라니가 출몰해 어린 나무 순과 열매를 따먹고 있으며 인접한 산외면 백석리 박모(65)씨 콩밭도 멧비둘기 피해를 봐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생조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기승을 부리자 보은군은 지난달 말 서둘러 베테랑 엽사 26명으로 유해조수자율규제단을 발대했다. 옥천·영동군도 엽사 등에게 총포허가를 내줘 피해 농경지 주변에서 포획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동군 관계자는 “올해는 일찍 찾아온 더위 때문에 유해조수 활동이 예년보다 왕성해진 것 같다”며 “피해신고가 줄을 잇는 만큼 관내 수렵인 단체 등과 함께 체계적인 구제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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