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구촌 식량난 해소에 ‘한국 모델’ 지원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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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10일 폐막한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는 전 세계 빈곤국들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향후 3년간 20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악화된 지구촌 식량 안보 문제에 선진국들이 이제라도 팔을 걷고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곡물 가격 상승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가 올해 사상 최초로 10억 명을 넘어섰을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

이번에 합의된 식량안보기금은 빈곤국들의 자급자족 능력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새롭다. 지금까진 콩·옥수수 등 식량을 긴급 지원하는 데 급급했었다. 그러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풀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따라서 새로 조성되는 기금은 비료와 종자·농기계를 지원하거나 농촌의 도로망과 관개망 등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쓰기로 결정했다 한다. 물고기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고 그물과 낚싯대를 쥐여주겠다는 것이다.

달라진 지원 방식이 성공을 거두려면 해당 국가들의 자립 의지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기금 조성을 제안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모범 사례로 제시하며 빈곤국들의 변혁을 촉구해 주목된다. 국제 사회의 식량 지원을 받던 나라가 짧은 기간에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점을 높이 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과거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 국가의 농업 생산 증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광복 이후 식량 부족에 시달리던 한국은 1960년대 말 정부 주도로 다수확 신품종 쌀의 개발과 보급을 시작한 뒤 불과 몇 년 만에 자급자족을 달성해 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농민들 스스로 과학적 영농에 앞장서 정부 시책에 부응한 것이 큰 밑거름이 됐다. 이 같은 우리의 노하우를 지원해 지구촌 식량난 해소에 일조할 수 있다면 실로 의미 있고 자랑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G8 회의에서의 다짐이 조속히 행동으로 실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