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이달의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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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폭염의 날씨에 버금갈 정도로 이 달의 작품은 경합이 치열했다. 그만큼 이 지면이 튼실하게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석산씨의 '능내리 푸른 산빛'을 이 달의 장원으로 뽑는다. 단아하게 시작되는 아침을 생기있게 그려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자연을 외경의 것으로만 다루지 않고 서로 어울리고, 나아가 인간과의 교감을 자연스레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능란함이 엿보인다. 김종훈씨는 시의 짜임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화첩 기행'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순서에 맞춰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확장 은유를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확장 은유는 하나의 은유로 되어있는 단편적인 단순 은유보다는 시상을 유기적으로 잘 연결해주고 밀도있는 묘사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시를 만드는 데 치중한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작품들은 잘 짜여진 시는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감동의 울림을 수반하는 데는 인색하다. 김태형 씨의 '아침 강'은 묘사가 잘된 단시조다. 세 수 중 한 수를 택했다. 이 한 수만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창작한 작품을 퇴고할 때 건너 뛰어 율독해 보기를 권한다. 무리 없이 읽혀지는 경우 중간을 과감히 생략해보라. 생략된 부분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박재실.정행년.윤병욱.서옥섭.김경하.박종필.한서정씨의 작품이 주목을 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충분히 뽑힐 만한 작품들이었다. 분발을 바란다.

<심사위원:유재영.이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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