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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26> 2012년 12월 31일, 디지털 방송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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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복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지난달 초 미국 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초비상상태였다. 6월 12일 자정이 디지털 전환의 디데이였기 때문이다. 애초 목표였던 올 2월에서 4개월간 시간이 늦춰진 터라 긴장의 강도는 더 높았다. 돈만 2조 7000억원 이상 투입된 사업이었다.

다행히 디지털 전환은 큰 혼란 없이 진행됐다. 철저한 대비를 해 온 덕분이었다. 저소득계층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했지만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역사적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자평했다. 3년여 후인 2012년 12월 31일, 우리도 미국과 똑같은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때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도 성공을 얘기할 수 있을까.

추가로 생기는 채널 배분 놓고 파란 예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ition)이란 현재의 아날로그식 방송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전환은 지상파·케이블·위성 등 모든 매체에 적용 가능한 개념이다. 그러나 2012년 디지털 전환을 말할 때는 무료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의 경우만 해당한다. 유료 방송인 케이블 등의 경우는 디지털 전환 시점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기술적으로 볼 때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차원이 다르다. 아날로그 방송은 하나의 전파 대역에 연속적인 전자 신호를 보내는 방식을 이용한다. 반면 디지털 방송은 신호를 부호화해 처리한다. 중요하지 않은 정보나 잡음을 제거한 후 이를 압축한다. 이로 인해 고화질·고음질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화질만 따지면 아날로그 방송에 비해 3~5배의 고화질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데이터 방송 같은 다양한 양 방향 서비스도 구현된다. 아날로그 기술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난시청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채널도 늘어나게 된다. 신호를 압축하기 때문에 전파 대역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현재 아날로그 TV 1개 채널은 디지털 방송에서는 2 ~ 3개 정도의 채널로 분할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화질에 일부 차이는 있지만, 산술적으로만 볼 때 10개 이상의 지상파 채널이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추가로 생기는 채널을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을 마련 중에 있다. 이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미디어법과 맞물려 향후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의 산업적 효과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당장 디지털 TV나 셋톱박스 등 방송기기 판매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넓게는 콘텐트 산업이나 디지털 문화 산업 전반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2007~2012년 생산 유발 효과가 143조원, 고용 유발 효과가 98만 명,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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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HD’ 표시 채널로 디지털 방송

2012년 12월 31일이 되면 현재의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은 끝나게 된다. 그럼 그때가 돼야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다. 왜냐하면 지금도 디지털 방송이 전파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10월 국내에서도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시작됐다. 신문 TV 편성표를 보면 옆에 HD라고 적힌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고화질(High Definition) 프로그램의 약자로, 바로 디지털 방송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TV는 아날로그인데 어째서 HD라고 적힌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이는 현재 각 방송사가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 신호를 동시에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12월 31일이 되면 이 중 아날로그 방송 신호는 송출이 중단된다. 그때부터는 디지털 TV를 사거나 기존 수상기에 디지털 수신기기를 부착해야만 방송을 볼 수 있다. 디지털 수신기기가 없는 아날로그 TV로는 KBS·MBC·SBS 같은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케이블이나 위성을 거치지 않고 지상파 방송을 안테나로 직접 수신하는 비율은 전체 가구의 21.1% 정도다(2007년 방송산업실태조사 보고서). 수치로는 400만 세대, 약 1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의 경우는 2012년까지 디지털 수신기기를 장만해야 한다. 케이블(68%)이나 위성(10.9%) 등을 이용하는 시청자는 유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맞춰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비용으로 본다면 기존 아날로그 TV를 계속 이용하고 디지털 셋톱박스만 구입할 경우 약 15만원이 든다. 방통위에 따르면, TV 사양에 따라 금액에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15만~136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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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비용 2조 … 정부·방송사 신경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은 TV 기술의 진보를 상징한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은 1998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금은 전 세계 1700여 개 방송사 중 1600개 이상이 디지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1997년 정보통신부가 디지털 방송 기본 방침을 발표하면서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그러나 전송 기술 방식 등을 놓고 이해집단 간 갈등이 불거져 4년 가까이 허송세월했다. 모든 과정이 뒤로 미뤄졌고, 지난해 3월에야 국회에서 ‘디지털전환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었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룩셈부르크·네덜란드 등 9개 국가는 이미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고, 많은 국가가 우리를 추월했다. <그래픽 참조>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해 디지털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엔 ‘디지털 전환 활성화 기본 계획’을 확정했다. 올해 대국민 인식을 확산하고, 2010년 아날로그 TV 방송을 시범 종료한 뒤, 2011~2012년 디지털 전환 실행을 본격화하며, 2013년부터 후속 조치를 한다는 4대 추진 전략을 담고 있다. 방송사들도 지난해 10월 출범한 사단법인 DTV KOREA를 중심으로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2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전환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를 놓고 정부와 방송사 간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 규모를 놓고 양측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 Q&A

2007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끝난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전체의 3분의 1(31.3%) 정도였다. 지난해 말에도 그 비율은 34.9%에 머물렀다.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그 비율을 높이는 게 현재 방통위와 DTV KOREA 측이 당면한 최대 숙제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시청자들이 헷갈려 하는 7가지를 Q&A로 정리했다.

Q 지금도 괜찮은데 왜 꼭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하나.

A 고화질·고음질·양방향 서비스 등 방송 서비스의 질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시청자 복지가 향상되는 것이다. 특히 기존 아날로그 기술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난시청 문제도 많이 해소할 수 있게 된다. 국가적으로는 문화 콘텐트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가전 산업이 발전하는 건 물론이다.

Q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 어떤 채널을 이용할 수 있나.

A KBS·MBC·SBS·EBS 등 각 지상파 방송사 채널이 고화질로 전환돼 동일하게 제공된다. 여기에 정부의 지상파 다채널 정책이 확정되면, 총 10개 이상의 지상파 채널이 방송될 수 있다. 구체적인 채널 정책은 방통위에서 확정할 계획이다.

Q 반드시 디지털 TV를 새로 사야 하나.

A 그렇지 않다. 기존 아날로그 TV에 별도의 디지털 수신장치(셋톱박스, 컨버터)를 연결하면 된다.

Q 디지털 수신기기를 살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A 정부는 저소득층 등 일부 국민들에겐 ‘컨버터’를 무상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Q 케이블 등도 있는데 왜 지상파 디지털 방송만 언급되나.

A 지상파 방송은 공공재인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료로 제공된다. 현재 지상파의 경우만 디지털 전환 시점(2012년 12월 31일)이 정해진 상태다. 나머지는 개별 사업자가 자신의 여력에 따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Q 디지털 방송 시대에도 TV 수신료를 내야 하나.

A 내야 한다. 수신료는 공익사업을 위한 특별부담금이기 때문에 시청 여부와는 관계없다.

Q 우리 집은 난시청 가구에 속하는데, 디지털 전환이 되면 상황이 나아질까.

A 아날로그 기술에선 방송 전파가 수신될 때 전기적인 잡음으로 인해 화질과 음질이 떨어지거나 장애물 등에 의한 난시청이 발생한다. 그러나 디지털 방식은 전기적인 잡음의 영향을 덜 받고 수신 장애가 적기 때문에 안정된 수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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