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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아픔 나누는 '봉사의 땀방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10일 오전 11시쯤 경기도파주시월농면영태5리 상가지역. 억수같이 퍼붓는 장대비 속에서 대학생.주부 등 30여명이 침수된 지하상점에 또다시 빗물이 밀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쌓아올리고 있다.

일부는 우비를 입지 않아 빗물에 흠뻑 젖은 모습이지만 손놀림에 망설임이 없다.

물에 잠긴 지하실에서도 건장한 대학생 10여명이 일렬로 서서 양동이를 릴레이식으로 옮기며 물을 퍼내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9일 의정부.동두천에 이어 이날 파주시 일대로 출동한 중앙일보 수재민돕기 자원봉사단원들. 건축자재 생산기계가 온통 물에 잠겼던 이웃 건영실업㈜에서도 10여명의 남녀 중.고생들이 진흙으로 뒤범벅된 기계를 물청소하고 물을 퍼내고 있다.

어느새 낮12시 점심시간. 삼삼오오 모여앉아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 김밥 등을 나눠 먹는 봉사대원들의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막상 와보니 도울 일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요. 일은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친구 3명과 함께 왔다는 金승준 (25.아주대3) 씨는 "수해지역의 복구가 끝날 때까지 매일 출근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집중호우 피해지역에 자원봉사자들의 훈훈한 이웃사랑이 넘치고 있다.

수해는 IMF이후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였고, 1주일째 계속되는 폭우도 봉사의 열기를 식힐 수는 없었다.

친구.가족.직장 단위의 봉사행렬엔 퇴출기업 직원들도 끼여 있었다.

이날 동화.동남은행 직원 2백50여명이 파주시금촌2동에서, 퇴출대상으로 결정돼 35일째 농성중이던 현대중기 노조원 1백50여명이 서울상계1동 노원마을에서 각각 수해복구에 비지땀을 흘렸다.

현대중기 김용호 (金容鎬.46) 노조위원장은 "직장 불안을 당해보니 생활의 터전이 손상된 수재민들의 아픔을 절감할 수 있다" 며 "그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고 했다.

이번 민간복구활동의 두드러진 특징은 관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집중지원하는 등 한결 실효성을 높였다는 점. 특히 30여개 사회.시민단체가 모여 지난 7일 결성한 '재난극복범시민연합' 은 봉사자의 신속한 모집과 함께 체계적인 인력배치는 물론 개선방안을 매일 점검하는 등 한단계 발전된 구난활동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박신홍.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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