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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고원]계속 솟아 지구촌 기상이변의 큰 원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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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엘니뇨에 이어 티베트고원이 지구촌 기상이변의 또다른 주범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 여름 중국과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집중호우. 이에 앞서 한동안 가을날씨를 가져왔던 오호츠크해 고기압. 이것들이 모두 티베트고원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티베트고원과 기상의 관계를 알아본다. 편집자 티베트고원이 이목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그 기이한 면면 때문이다.

이 고원은 평균 고도 약 4.5㎞, 면적 2백20만㎢로 단일 고원지역으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넓으면서도 높은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는 한반도 10배 가까운 면적의 땅덩어리가 지리산 보다 2배 이상 높이 솟아 있는 셈.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티베트고원의 이같은 모습을 가리켜 미국 MIT의 지구과학자인 모린 레이모 교수는 "지구표면에 마치 거대한 남근처럼 불쑥 솟아 있다" 고 비유하기도 했다.

티베트고원의 이런 특이 형상이 가져오는 영향중 하나가 지구전체의 대기흐름을 교란시키는 것. 남으로 인도양과 북으로 유라시아대륙서 불어오는 바람이 티베트고원에 막혀 흐름과 속도가 변하고 만다.

기상청 박정규박사는 이를 "시냇물에 조그만 돌멩이 하나만 넣어줘도 물의 흐름이 바뀌는 것과 똑같다" 고 설명했다.

티베트고원에 의해 변질된 바람은 가까운 중국대륙은 물론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것이 여름철 한반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고기압. 이 고기압은 대체로 티베트 고기압과 비례해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티베트 고기압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올 여름의 경우 덩달아 북태평양 고기압도 힘을 못쓰고 대신 오호츠크 고기압이 그 자리를 메워 여름속의 가을날씨를 가져왔다.

중국의 홍수나 그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한반도의 홍수도 같은 맥락. 예년과 달리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장악하지 못하다보니 엄청난 습기를 머금은 남서기류가 기승을 부린 것이다.

티베트 고기압의 발달이 부진한 이유는 명확치 않다.

티베트는 또 여름 한때 외에도 4천만년전부터 지구에 본격적인 기후변화를 불러온 장본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정상' 이라고 생각하는 현재 지구촌의 기후는 지구역사를 따져볼때 사실상 아주 최근의 일. 46억년의 지구역사에서 현재와 비슷한 기후패턴은 불과 4천만년전부터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티베트고원이 높아지면서 같이 나타난 것이다.

이 시기 이전까지만 해도 지구는 거의 모든 지역이 사시사철 비가 내리는 열대우림기후였다.

그러나 티베트 고원이 생기면서 풍향이 바뀌고 강수에도 변화가 왔다.

미국의 학자들이 수년전 티베트고원 현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지역의 식물화석은 1천만년전까지만 해도 열대와 온대식물이 주종을 이뤘다는 것. 현재는 건조지대에서 자라는 잡초와 관목만이 있을 뿐이다.

학자들은 평균고도 4.5㎞중 절반가량이 불과 최근 1천만년 동안에 솟아오른 것이라고 말한다.

티베트고원은 현재도 매년 키가 커지고 있는데 이는 인도 지각판과 유라시아 대륙판이 충돌하면서 위로 솟구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키가 커지는 티베트 고원이 또 어떤 기후변화를 몰고올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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