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경성' 강공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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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가 검찰에 한국부동산신탁에 대해 전면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까닭은 뭘까. 일각에선 거명된 관련 정치인 거의가 여권 인사들이므로 수사방향을 전환하려는, 즉 여론의 눈총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측 관계자들은 펄쩍 뛴다.

그런 게 아니라 경성 관련이든, 부동산신탁 관련이든 국민회의쪽이 다칠 염려가 없다는 확신에서라는 얘기다.

야당시절인 지난해 대통령선거 이전 후원금 명목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중진 1명 문제만 빼고는 어떤 의원도 연루돼 있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손선규 (孫善奎.현 건설교통차관) 사장 재임시절인 95~96년쪽을 수사한다면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인사들의 로비혐의를 밝혀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황뿐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심증도 있다고 흘리고 있다.

여권의 한 의원은 "최소한 당시 관련 장관과 신한국당 민주계 의원 2명, 권력실세 1명이 이 회사의 불법.특혜대출에 직접 개입했다" 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한국부동산신탁 비리를 끈질기게 추적해온 한국감정원 (한국부동산신탁의 母회사) 노동조합 등의 자료를 면밀히 조사해왔다.

그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장담했다.

지난달 30일 언론과 한나라당을 통해 공개됐던 경성 수사 관련자료의 유출경로가 석연치 않다는 점도 국민회의 강공 (强攻) 드라이브의 배경이다.

여권 핵심은 수사자료가 우발적으로 흘러 나간 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국민회의.자민련의 도덕성을 흠집내기 위해 법조계 주변으로부터 기록을 입수해 체계적으로 '공작' 한 결과로 보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을 정권에 대한 도전세력 내지 반 (反) 개혁세력의 조직적 저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신탁에 대한 몸통수사를 전면적으로 진행하면 이들 도전세력에 대한 강력한 압박효과도 챙길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사정이 감지되자 야권은 초긴장 상태다.

특히 구여권 핵심 실세 의원들은 검찰이 여권의 요구대로 수사를 전면화할 경우 화살이 자신에게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긴장하기는 자민련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요구를 수용, 전면 수사에 나선 검찰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1차수사 (지난달 20일 발표) 이후의 보강수사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 3명에 대한 새로운 혐의가 포착됐다는 것. 다음주면 소환의원 명단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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