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록보존소 고학력 실업자위해 공공근로사업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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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선으로 나간 군인들처럼 비장한 마음으로 일거리를 구하고 있습니다. " 37세의 실직자 金모씨가 고학력 실업자들을 위해 정부기록보존소가 마련한 공공근로사업에 지원하면서 밝힌 각오는 이처럼 비장하다.

2백8명을 모집하는 정부기록정리사업에 신청한 사람은 모두 2천4백21명. 12대1의 경쟁률이다.

이중 대졸 이상자는 2천3백여명으로 전체의 95%. 일하는 곳은 정부기록보존소 본부인 대전과 지소가 있는 부산이나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강원.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지원했다.

지원자들 가운데는 교수.언론인.공무원.교사.군인.정보기관원.정당인.사업가.은행원.연구원 등 모든 전문직업을 망라했다.

외국학위 소지자도 상당수 있다.

은행 퇴출로 졸지에 직장을 잃은 전 C은행지점장 權모 (41) 씨는 "젊은 날을 함께 한 직장이 없어져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지원했다" 고 밝혔다.

벤처기업가로 2년간 인터넷 분야의 컨텐츠 개발에 힘쓰다 상품화 직전 IMF한파를 만난 벤처기업가 李모 (29) 씨는 "프로그램 개발에 이용하던 펜티엄 PC로 소개서를 작성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고 한탄했다.

기록보존소직원 문정숙 (文定淑.여.35) 씨는 "사연을 읽으며 남의 일 같지 않아 눈물이 앞을 가렸다" 며 "아무쪼록 경제가 빨리 나아져 이들이 모두 일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기록보존소는 지원기록을 IMF시대 한국의 자화상으로 보고, '보존가치가 있는 역사적 사건.사고에 관한 기록물은 영구보존한다' 는 규정에 따라 이를 영구보존키로 했다.

대전 = 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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