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피폭 53주년 모토지마 前나가사키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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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히로시마 (廣島) 원폭 투하 53주년 기념일 (6일) 을 맞아 일본 열도는 성대한 기념식과 '원폭 피해' 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모토지마 히토시 (本島等.76) 전 나가사키 (長崎) 시장은 반대다.

그는 "원폭투하는 일본이 당연히 받아야 했던 천벌" 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90년 발생한 우익단체의 총격테러도 그의 양심을 꺾지는 못했다. 다음은 5일 모토지마 전 시장과 가진 전화인터뷰 내용이다.

- 미국의 원폭투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자폭탄은 당연히 투하됐어야 했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저지른 범죄 행위를 생각하면 천벌이었다. 일본은 화학.생물무기는 물론 학살.고문 등 씻을 수 없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

- 일본에는 원폭투하 자체가 비인간적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 참혹한 고문으로 살해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731부대나 난징 (南京) 대학살은 잔혹의 극치며 일본인의 비인간성.야만성이 그대로 드러난 범죄행위였다."

-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 다른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일본 각료들이 적지 않다.

"일본인의 역사인식이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피해의식 중심의 원폭관 (觀) 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전쟁 범죄행위에 대해 일본인 모두가 사죄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

- 우익들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는가.

"총격 테러 이후 더 이상의 위협은 없었다. 어떤 위협을 받더라도 남은 인생을 일본의 잘못을 세계에 알리도록 노력하겠다. 원폭투하의 날을 맞아 히로시마.나가사키시가 발표하는 평화선언문의 강도가 갈수록 후퇴하는 게 안타깝다. "

모토지마는 95년까지 15년동안 나가사키 시장으로 재직하며 피폭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본 인물. 그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의사는 전혀 없지만 "원폭투하를 당연시하는 발언을 취소하라" 는 피폭자 단체들의 항의에는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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