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급변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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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어제 아침 각 신문에 실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진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그제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15주기 중앙추도대회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몰라보게 수척한 모습이었다. 조선중앙TV가 녹화중계한 화면에 비친 그는 머리숱이 눈에 띌 정도로 많이 줄어 있었다. 오른쪽 입꼬리가 올라가 입도 약간 비뚤어져 보였다. 대회장에 입장할 때는 다소 절룩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마지막 동영상이 공개됐던 석 달 전에 비해서도 훨씬 쇠약해 보인다. 병색이 짙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착잡한 상념에 젖은 것은 비단 우리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뇌졸중의 후유증이거나 당뇨병 또는 신장질환 같은 대사성 질환을 앓고 있을 수 있지만 사진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사진 속의 김 위원장은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우리가 보았던 건강한 모습의 김 위원장이 더 이상 아니라는 점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자연의 법칙에서 그 역시 예외일 수 없으며, 그의 건강 이상에 따른 뜻밖의 변화가 별안간 눈앞의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올 들어 구체화하고 있는 북한 권력의 3대 세습 움직임과 2차 핵실험 및 각종 미사일 발사 같은 일련의 도발적 행동을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것이 이미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2012년 강성대국 달성’이란 목표를 그의 건강 상태와 연결시켜 보면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북한 같은 수령 독재 체제하에서 김 위원장의 유고는 곧 체제의 변고를 의미한다. 건강 이상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후계 구도를 둘러싼 내분과 함께 통치 체제의 불안정이 고조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는 길밖에 없다. 정부는 급변 사태에 대비해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이고, 주변국 및 관련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유사시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치의 소홀함 없는 철저한 준비만이 도전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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