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슨전자 화의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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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 4~5위권인 텔슨전자가 26일 법원에 화의를 신청했다.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세원텔레콤이 지난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이다.

텔슨전자는 이날 현재 추진 중인 투자 유치가 차질을 빚어 대안으로 회사 정상화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화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코스닥위원회 규정상 등록기업이 화의나 법정관리 등 회사정리절차 개시를 신청할 경우 등록이 취소된다.

화의(和議)는 경영난에 처한 회사와 채권자가 법원의 중재 아래 협의를 통해 채무상환 방법 등을 정하고 파산을 면하는 제도다.

텔슨전자가 화의를 신청한 이유는 의존도가 컸던 중국 시장에서 현지업체의 저가 공세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여파 등으로 기초 체력이 바닥난 데다 자금 사정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었다.

텔슨전자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시달린 데다 중견 휴대전화 업체에 대한 금융기관의 협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향후 외자 유치 등을 통해 회사를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원텔레콤에 이어 텔슨전자까지 화의를 신청함에 따라 중견.벤처 단말기 생산업체들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2년 전까지만 해도 30여개에 달하던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현재 10여개로 줄어들었다.

오세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 심화로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삼성전자 등 대형업체는 이익이 줄어드는 정도지만 중견업체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면서"앞으로 몇 개 업체가 추가로 부도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텔슨전자 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4.2% 하락한 685원을 기록했다.

1992년 설립된 텔슨전자는 세계 최초로 광역무선 호출기를 개발했으며 97년부터는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에 본격 진출한 뒤 세원텔레콤.팬택 등과 함께 국내 중견 휴대전화 업계를 대표해왔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36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부채총액은 1800억원, 부채비율은 175%였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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