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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한일은행 합병 어떻게 이뤄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31일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두 은행이 '상업한일은행' 이란 이름의 단일 은행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시간도 많이 걸릴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규모나 중복되는 조직.인력 정비과정에서 나타날 내부 반발의 수습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 합병절차 = 우선 합병작업을 맡을 '합동실무추진위원회' 가 구성된다.

이 기구는 앞으로 조직.인력 정비계획과 두 은행 자산에 대한 실사작업 등을 맡게 된다.

자산 실사작업은 빨라야 5~6개월이 걸리므로 구체적인 합병비율은 내년초께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 실사가 끝나면 한일은행의 등기를 말소한 뒤 합병을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간다.

이 절차가 끝나면 합병 주주총회에서 행장.임원구성 등에 대한 최종 의결을 거쳐 합병이 모두 마무리된다.

◇ 정부 지원 = 두 은행은 7조~8조원은 있어야 부실채권도 털어내고 자본금도 확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상업.한일은행이 합병을 발표함에 따라 각종 금융.세제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윤진식 (尹鎭植)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은 31일 "두 은행의 합병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 판단" 이라며 "이들 은행에 대한 지원은 지금까지의 금융기관 지원대책을 감안해 결정할 것" 이라고 말했다.

결국 부실채권 및 후순위채권 매입.증자지원 등이 주 내용이 될 것이란 얘기다.

정부의 현물출자는 가급적 배제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두 은행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경우 특별부가세를 감면해 주고 ^성업공사 부실채권 매입시 부실채권의 값이 떨어지는데 따르는 손해를 손비인정해줄 계획.

◇ 예금자.주주.거래기업 =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거래기업들. 특히 두 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64대 그룹은 양쪽에서 받은 대출이 합산되기 때문에 당장 동일인 여신한도.계열기업군 여신한도.거액여신총액한도 등 각종 대출규제에 걸릴 수밖에 없다.

물론 이같은 한도 초과분을 해소하기까지 어느 정도 유예기간은 주겠지만 대출 규모에 따라선 상당한 자금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64대 그룹중 한일은 16개, 상업은 8개 그룹과 각각 주거래은행 계약을 맺고 있다.

예금자는 두 은행이 합병하더라도 피해가 없다.

정상 영업중인 두 은행이 합치는 것이고 정부 지원까지 받기 때문에 오히려 예금의 안전성이 더 높아진다.

주주는 일시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부실채권을 털어낸 후 증자를 하기 전에 일정비율 자본금 감자 (減資)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병된 은행이 선도은행으로 부상한다면 주가가 급등할 수 있어 장기적으론 득이 될 수도 있다.

◇ 외자유치 = 일단 두 은행이 합병절차를 마칠 때까지 외자유치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합병 이후 정부 지원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자본금을 늘리면 투자 이점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내년 중순께는 다시 외자유치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두 은행은 자신하고 있다.

박의준.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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