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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한일은행 합병배경과 향후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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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상업.한일은행이 합병키로 함에 따라 총자산 1백조원대의 대형 은행이 등장하게 됐다.

합병으로 탄생될 은행이 선도은행 (리딩뱅크) 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여부를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얼마나 빨리 두 은행이 '한 살림' 에 적응하느냐와 정부가 두 은행의 합병에 얼마나 돈을 대주느냐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대형 시중은행간 합병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첫 사례인 만큼 정부의 과감한 '지원사격' 을 받을 것으로 보여 일단 리딩뱅크 대열에 끼일 티켓을 가장 먼저 거머쥔 것으로 보인다.

◇ 합병조건 = 원칙적으로는 두 은행이 1대1로 대등 합병하는 것으로 하되 구체적인 합병비율은 추후 자산실사를 거쳐 확정키로 했다.

어느 쪽이 부실채권이 많으냐에 따라 50대50에서 60대40 등으로 합병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말 현재 두 은행의 총자산은 ^상업은행이 48조5천억원 ^한일은행이 53조8천억원에 달해 합병할 경우 총자산은 1백2조3천억원에 이르게 된다.

◇ 합병배경 = 이달 중순께만 해도 두 은행은 외자유치를 통한 자력회생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위원회가 정부지원을 전제로 한 외자유치를 승인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히면서 합병논의가 급진전됐다.

금감위가 합병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외자유치 방안이 대부분 정부지원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외자유치 규모로는 3개 은행이 모두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정부지원 = 상업.한일은행은 합병시 5조원 이상의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합병할 경우 그동안 추진해온 외자유치는 무산될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합병된 은행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자면 5조~6조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은행 증자지원을 위해 16조원이 배정돼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 합병을 지원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 남은 문제 = 노조의 반발이 최대 변수다.

이미 20% 안팎의 직원을 줄인 2개 은행이 합병할 경우 다시 30~40%의 인력과 조직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종 합병비율을 정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각 은행의 재산을 실사해 봐야 알겠지만 합병조건에 따라 막판에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합병의 파장 = 상업.한일은행의 합병으로 앞으로 조흥.외환은행 등의 합병을 향한 행보도 훨씬 빨라질 전망이다.

금감위는 이미 이들 4개 은행을 중심으로 리딩뱅크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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